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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개방된 경제, 폐쇄된 정부 ‘두바이 두얼굴’

등록 2009-12-03 21:04수정 2009-12-03 23:24

[‘두바이 쇼크’ 진원지를 가다]
‘모라토리엄’ 축소·은폐…장밋빛 미래만 늘어놔
커지는 외부불신에 “외부서 사태과장” 되레반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38번째 건국일인 2일 밤 10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버즈) 두바이의 분수대 건너편에 위치한 63층짜리 어드레스 호텔 앞엔 한 대에 20억~30억원씩 하는 람보르기니를 비롯해 페라리,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세계 최고급 차들이 계속 밀려들었다.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의 번호판을 단 차들은 두바이에서 돈을 쓰거나 투자하러 온 이들을 태우고 왔다. ‘부자들의 놀이터’라고도 일컫는 두바이는 중동을 넘어서, 세계 곳곳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로 인종 박람회를 방불케 할 만큼 사람과 돈에 개방돼 있다.

“다 받아주겠다. 돈과 능력만 가지고 오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듯, 두바이의 개방성은 한때 전세계에 자랑거리였다. 경기도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땅에 거의 10곳 가까이 들어선 경제자유구역(프리존)을 비롯해 202개 나라 출신의 사람들, 24시간 운영하는 공항, 영어 공용, ‘프리 택스’(세금 없음) 등은 개방성의 상징이자 두바이의 경쟁력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주 두바이월드의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은 그 개방성 뒤에 숨은, 폐쇄성과 불투명성이라는 또하나의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방적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문제를 애써 축소시키고 숨기려는 두바이의 태도는 외부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

이날 낮 열렸던 아랍에미리트연합 건국 기념식에서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나 두바이를 다스리는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부통령 겸 총리)은 불편한 얘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다.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에 맞닥뜨린 나라가 맞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현지 신문은 “파티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금의 두바이를 ‘연출’한 셰이크 무하마드는 모라토리엄 선언 뒤 무려 엿새 만인 지난 1일에야 처음 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늘어놨을 뿐, 두바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선 한마디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는 언론의 침묵은 며칠 동안이나 계속됐고, 여전히 실상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민주적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셰이크 무하마드는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위기가 투자자들에게 준 교훈은 폐쇄된 정치시스템을 지닌 나라에서는 두배 이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개방된 경제는 개방된 국가를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바이가 금융허브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두바이의 부채와 채무 상환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의 고어헤드 그룹은 3일 런던 히스로 공항 지상운영권 등을 두바이월드에 이어 두바이에서 둘째 규모의 국영기업인 두바이투자주식회사 산하 드나타에 2500만달러에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에미레이트항공 등 탄탄한 자산을 갖고 있는 두바이투자주식회사가 두바이월드와 대조적으로 위기 속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바이/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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