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위스 연구진 주장…기상현실게임 개발 등에 이용
자기 몸을 내려다 보는 이른바 ‘유체이탈’의 경험에 대해 영국과 스위스의 연구진들이 과학적 설명을 내놓았다. 실험을 통해 이들이 내린 결론은 뇌가 감각기관들의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혼란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헨릭 에르손이 이끄는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고글을 씌우고 비디오카메라 쪽으로 등을 돌리게 한 채 서 있게 했다. 비디오카메라는 피실험자의 등을 찍은 입체 영상을 고글로 보내도록 했다. 피실험자가 자신의 뒤편에 서서 자신의 등을 보고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한 것이다.
실험에서 연구자가 피실험자들의 등을 펜으로 치면 피실험자는 이 장면을 고글을 통해 보게 된다. 그런데 피실험자들은 이런 실험 뒤 펜에 의해 감각이 일어난 곳이 실제 자신의 등이 아니라 고글에 화면으로 비쳐진 등인 것 같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가상’의 등을 실제 자신의 등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또 피실험자들은 고글 화면에서 ‘가상’의 등이 망치 등으로 위협을 받는 장면을 보고는, 땀을 흘린다든지 하는 감정반응을 보였다.
스위스 로잔 공대의 올라프 블랑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에서는 자신의 등 대신 마네킹의 등을 보여주었는데, 피실험자들은 마네킹 등을 자신의 등인 것처럼 여겼다. 또 고글을 벗긴 뒤 눈을 감긴 채 몇걸음 뒤로 물러나게 했다가,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 가보라고 요청하면 피실험자 대부분이 원래 있던 자리를 지나 마네킹의 등이 비쳐졌던 자리 쪽으로 더 가까이 갔다.
에르손 교수는 “이 실험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까, 만약 눈만 떼어내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으면 사람들은 눈이 있는 곳에 자기가 있다고 느낄까, 아니면 뇌를 포함한 다른 신체부위가 있는 곳에 자기가 있다고 느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며 “이 실험은 사람들은 눈이 있는 곳에 자아가 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이 게임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하는 가상 현실 게임과 원격 수술 등을 개발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는 전망했다. 별도로 진행된 두 연구는 최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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