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9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 1층 로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마윈의 수난’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남에서 비롯됐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각)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중국공산당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가 2017년 1월초 마윈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만남이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알리바바 사정을 잘 아는 4명의 소식통과 중국 정부 쪽 소식통 1명을 근거로, 마윈이 2017년 1월9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뒤 기자들과 비공식 질의·응답을 가졌고, 이때서야 둘의 만남을 “처음 알게 된 중국 정부가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당시 마윈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고, 함께 기자들을 만나 일자리 100만개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마윈)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말했고, 마윈은 “미 중서부 지역의 100만 소기업이 중국과 아시아에 물건을 판매하도록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마윈이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 일자리 약속을 한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이 일자리를 뺏어간다며 집중 공격했고, 향후 무역 보복을 예고해 양국 간 긴장이 팽팽하던 때였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 갈등이 격화됐고, 마윈은 2018년 9월 미·중 관계 악화를 이유로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마윈은 세계적인 기업가 반열에 오른 2010년대 중반부터 외국 정상 등을 자주 만났다.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파리의 엘리제궁을 방문했고, 2016년에는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났다. 2018년 이후에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라니아 요르단 여왕,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등 유명 인사들과 회담을 가졌다.
지난 8월 <월스트리트 저널>도 마윈이 곤경에 처하게 된 상황을 분석하면서, 마윈과 당선자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요 사건으로 든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외에도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 동행했던 마윈이 미-중 기업인 좌담회에서 다른 기업인과 달리 10분이나 장황하게 발언하면서 시 주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마윈이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견주며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한 뒤 알리바바와 마윈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해왔다. 그해 11월로 예정됐던 알리바바의 핀테크(온라인 금융서비스)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단됐고, 이듬해 알리바바 그룹에 3조 원대 반독점 벌금이 부과됐다. 마윈도 사실상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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