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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내 자녀에 유해영상 추천 그만!’…소셜미디어 규제안 쏟아진다

등록 2021-11-08 18:04수정 2021-11-09 02:30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폭로 계기
미 의회, 청소년 보호 등 대책 논의

‘아이 개인정보 부모가 즉각 지우게”
삭제 버튼 도입하는 법안부터
수익만 좇는 알고리즘 제동 법안까지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지난 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최대 기술 콘퍼런스 ‘웹 서밋’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스본/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지난 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최대 기술 콘퍼런스 ‘웹 서밋’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스본/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각종 내부 문건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청소년 보호 방안 등 거대 소셜미디어 규제 방안 논의가 미국에서 뜨거워지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수집한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부모가 삭제할 수 있게 하는 방안부터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활용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갖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로 제기되던 거대 기술기업 규제 방안은 독점의 횡포를 막는 데 집중되어왔다. 새로운 기업 인수·합병을 금지하거나 아예 기업을 분할시키는 등 기업 구조 개편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최근 부각되고 있는 방안들은 아동과 청소년 등 사용자 사생활 정보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 의회에서 ‘창조적인’ 규제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최근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빌 캐시디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아동·청소년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이다. 이 법안은 소셜미디어 기업이 수집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를 부모가 즉각 삭제할 수 있게 해주는 ‘삭제 버튼’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기존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에 따라 13살 이하에만 적용되던 ‘타깃 광고’ 금지 규정 등을 16살 미만 청소년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마키 의원은 “거대 기술기업들은 아동들의 개인정보를 게걸스럽게 탐한다”며 “아동과 청소년의 사생활 보호 권리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고 법안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캐시디 의원도 “많은 부모는 인터넷 기업이 자신들의 자녀를 공략 대상으로 삼는 데 반대한다”며 “우리는 이제 청소년들도 온라인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흑인 정치·인권 단체 ‘변화의 색깔’의 캠페인 책임자 제이드 마그너스 오구나이키는 “오랫동안 기술기업들은 약탈적인 데이터 수집·활용에 집중해왔다”며 “지금도 소셜미디어들은 13~17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음주, 약물, 다이어트 약, 도박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키 의원은 같은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 등과 함께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작동 방식을 규제하는 법안도 제안했다. ‘아동 인터넷 디자인과 안전 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안은, 소셜미디어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들이 16살 미만 온라인 이용자에게는 동영상을 자동으로 실행해 보여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새로운 메시지 등에 대한 알림 자동 발송도 금지시키고, ‘좋아요’ 버튼이나 ‘팔로어’(계정 구독자) 인원수 표시처럼 인기도를 보여주는 지표도 청소년에게는 보여주지 못하게 한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프랭크 펄론, 마이클 도일 등 민주당 중진 하원의원들은 지난달 중순 ‘악의적인 알고리즘에 맞선 정의 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특정한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경우, ‘사용자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면책 특혜’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은 230조에서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는 사용자 등 제3자가 만들어 유통하는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소셜미디어들은 유해 콘텐츠에 대한 소송 위험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런 보호 장치가 사라지면, 페이스북·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의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츠 추천도 급속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펄론 의원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우리의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플랫폼들은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며,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 작업에 참여한 재니스 셔카우스키 의원은 “(업계) 자율 규제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등이) 사과와 약속만 반복하는 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증오 조장이나 청소년 보호 방안 외면 등으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증오 조장이나 청소년 보호 방안 외면 등으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보호 대책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알고리즘에 따른 콘텐츠 추천 규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면책 특혜를 박탈할 만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데다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충돌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대학 ‘비즈니스와 인권 센터’의 폴 배럿 부소장은 이 법안은 제안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자칫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보호 장치를 완전히 박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던메서디스트대학 언론학과의 재러드 슈로더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소송이 허용되더라도 기업들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어할 경우 사용자가 승소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송 허용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 내부 고발 이후 소셜미디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기술 기업들은 자세를 낮추고 있지만, 의회의 규제 논의를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말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던 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 기업의 경영진은 아동 보호 문제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에이피>는 이런 반응의 속셈을 “각종 입법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미 의회가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규제 방안을 통과시키기까지 많은 논란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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