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홍콩 정무부총리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장관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의 최고지도자인 행정장관직에 경찰 출신 존 리 정무부총리가 출마를 선언했다. 홍콩 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리 부총리의 출마 선언에 홍콩 시민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존 리(65) 부총리는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사직서를 냈다. 중앙 정부가 사직을 수용하면 행정장관 선거 출마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간접 선거로 1463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애초 3월27일이 선거일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5월8일로 연기됐다. 2017년 행정장관이 된 캐리 람 현 장관은 지난 4일 “가족과 관련한 이유”라며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콩과 대만 언론은 그의 출마 선언 소식과 함께 그가 단독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당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존 리가 여섯 번째 홍콩 행정장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 부총리는 1977년 경찰에 입문했고, 지난해 6월에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정무부총리가 됐다.
그가 행정장관으로 중국 당국의 낙점을 받은 데는 2014년과 2019년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 때문이라고 <중앙통신>은 분석했다. 1977년 경찰이 된 그는 승승장구해 2012년 보안부 차관에, 2017년에는 보안부 장관이 됐다. 보안부는 홍콩의 내부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부서다.
그가 보안부의 핵심 직책을 맡는 동안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직선제 선거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2014년)와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법안인 ‘송환법’ 반대 시위(2019년) 등 두 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리 부총리는 이 두 차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데 앞장섰고, 홍콩 민주 진영으로부터 ‘극단적인 매파’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뒤에는 <핑궈일보> 등 홍콩 민주 진영 언론과 민주 단체 등을 강하게 압박해 이들 단체들을 해산에 이르게 했다.
존 번스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홍콩 프리프레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공산당이 존 리를 선택한 것은 그들이 홍콩의 안보에 대해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라며 “중국 당국이 홍콩 정부와 국민을 계속 불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당국은 리 부총리의 국가안보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높이 사고 있으며, 차기 행정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는 ‘철인’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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