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민들이 지난달 31일 밤 봉쇄 해제를 기념하는 카운트 다운을 세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정말 마법같이 하루 만에 바뀌었어요.” (상하이 거주 한국 교민)
중국 상하이가 1일 자정을 기점으로 도시 봉쇄를 해제했다. 지난 4월1일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상하이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최근 수십 명대까지 떨어지자, 주민 약 90%의 통행을 자유롭게 허용했고, 식당이나 병원, 상점 등의 영업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했다.
시 당국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일 오전 0시부터 고위험·중위험 구역과 통제·관리통제구역 등을 제외하고 주민들의 통행을 제약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시의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하루 2만7000명을 넘었지만 지난달 29일 두 달여 만에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 30일에는 31명, 31일에는 15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가 통제 가능 범위에 들어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민들은 특히 통행 자유화 조처에 기뻐했다. 일부 주민은 전날 밤 12시에 신년 행사처럼 카운트 다운을 세면서 봉쇄해제를 기념했고, 새벽부터 집 밖에 나와 통행의 자유를 즐긴 주민들도 있었다.
31일 중국 상하이 주민들이 봉쇄 해제를 앞두고 정리되는 바리케이드를 바라보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이날 오전 <한겨레>와 통화한 한 한국 교민은 “오늘 아침부터 마법처럼 모든 게 다 원상 복귀됐다”며 “전날까지 거리가 텅 비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출근길이 차들로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시 정부에 대한 불만과 원성이 많았는데, 하루아침에 눈 녹듯 사라진 것 같다”며 “두 달 동안 아파트 단지 밖을 나간 게 손에 꼽는데, 오늘부터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교민도 “생각보다 빠르게 봉쇄가 해제됐다”며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뀌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상하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 교민은 “엊그제, 시 정부에서 오늘부터 영업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번주에 사무실을 소독하고, 정리해서 다음주부터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상하이의 정상화 수준은 90% 정도로 보인다. 전체 주민 2500만명 가운데 중·고위험 지역과 관리통제구역 주민 250만명 정도는 이전과 비슷하게 통행이 제한된다. 기업과 자영업도 상당 부분 정상화 됐지만, 일부 봉쇄 조처가 유지된다. 도시 중심부 등 인구 밀집 지역이나 관리통제 구역 등의 경우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고,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다. 쇼핑몰 입장 인원도 수용인원의 75%로 제한하고, 초·중·고교의 수업도 당분간 화상으로 진행된다. 주민들은 사흘에 한 번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72시간 내 코로나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대중교통을 탈 수 있고 마트나 관공서 등에 출입할 수 있다.
1일 중국 상하이 주민들이 지하철에 타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상하이의 봉쇄로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3월 중순부터 시작해 두 달 넘게 봉쇄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물론 전 세계 공급망에까지 충격이 전달됐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올해 성장 목표치인 ‘5.5% 안팎’에 한참 못 미치는 4.8%에 그쳤고, 2분기는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중국의 소비(소매판매)와 생산(산업생산) 증가율도 각각 -11.1%, -2.9%를 기록해, 지난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최악이었다. 중국 2인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25일 경제 관련 화상 회의에서 “현재 2020년 코로나19 충격이 컸을 때보다 더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의 신뢰도 떨어뜨렸다. 지난 두 달 동안 인구 2500만명의 도시를 봉쇄하면서, 당국은 인권을 무시하거나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의 대학 등에서는 당국의 봉쇄 조처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조세핀 마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대규모 사회적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최근 봉쇄는 중국의 중산층과 고학력자들이 정부의 거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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