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 항구에서 지난 30일 화물선에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연결하는 육로 개설이 이뤄졌고,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요 항구인 마리우폴 등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육지로 연결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각) 화상회의에서 러시아 군이 철도회사인 ‘러시안 레일웨이스’와 함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1200㎞의 철도를 복원하고 도로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이 통로들이 개설돼 러시아가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점령한 돈바스 지역 사이의 “전면적인 교통”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크림반도에 대한 물 공급이 재개됐다고도 덧붙였다. 북 크림운하를 통한 크림반도에 대한 물 공급은 전쟁 이후 차질을 빚어왔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육지로 연결하는 것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추구해 온 주요 목적 중의 하나라고 평가돼 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직후 발생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전에서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들을 지원해 왔지만, 두 지역은 육로로 분리돼 각각 고립된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크림반도 북쪽의 헤르손주를 일찌감치 점령한데 이어,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지난 5월20일 점령을 완료했다.
쇼이구 장관은 두 지역을 잇는 육로 회랑을 통해 러시아의 물자들이 이번 전쟁으로 점령한 마리우폴, 베르댠스크,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 도시들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주요 곡물 수출항이 자리한 흑해 연안 봉쇄 문제와 관련해 마리우폴과 베르댠스크항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곡물 수송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지도자(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 지시한대로, 우리는 항구들에서 곡물을 선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 조처를 전쟁을 통해 점령한 동부 지역을 안정화하고 러시아로 편입시키려는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리우폴 등의 항구에서 곡물 수출 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것에선 국제적인 식량난을 러시아가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에 적극 맞서려 하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실어 나르던 흑해 항로가 막히며 전 세계적인 식량난이 현실화되는 중이다. 국제사회는 이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러시아의 흑해 연안 봉쇄를 지목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설치한 기뢰가 항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려면 서구가 러시아에 가한 각종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곡물 수출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흑해 연안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데 기뢰가 제거된 해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곡물 수출선의 통행만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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