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홍콩에서 한 남성이 중국 국기가 세워진 거리를 걷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공립학교에서 일하는 외국인 영어교사들에게 홍콩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
12일 홍콩 매체 <홍콩프리프레스> 등 보도를 보면, 최근 홍콩 교육부는 외국인 영어 원어민 교사(NET)들에게 홍콩의 기본법을 준수한다는 취지의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홍콩 정부는 “충성 서약에 서명하지 않거나 이를 무시·거부하면 계약은 종료된다”고 밝혔다. 서명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홍콩에서 일할 수 없는 것이다.
충성 서약에는 홍콩 ‘미니 헌법’인 기본법을 준수하고,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국가 안보를 최우선 교육 과제로 제시하면서, 1989년 톈안문(천안문) 6·4 항쟁과 같은 민감한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이번 사태로 홍콩에서 적지 않은 외국인 교사가 홍콩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2021 학기에도 과도한 코로나 방역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도입 등 탓에 초·중·고교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원어민 교사 13%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홍콩을 떠났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재계약 거부율이었다. 홍콩 당국은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1997년 ‘NET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외국 국적의 영어 원어민 교사들과 2년 단위의 계약을 맺어왔다.
앞서 홍콩 정부는 고위 관료와 법관 등에게만 충성 서약을 요구했지만, 2020년 7월 홍콩 보안법을 도입하면서 ‘공직을 맡는 홍콩인은 서면이나 구두로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도록’(6조) 규정했다. 사실상 모든 공무원에게 충성 서약을 의무화한 것이다. 2019년 홍콩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상당수 홍콩 공무원이 참가했는데,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조처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충성서약을 거부한 공무원 120여명이 해고됐고, 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 260여명도 자진해서 사퇴했다. 민주 진영 구의원 55명은 충성서약을 했으나 정부의 관련 심사에서 탈락해 구의원직을 상실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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