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미국.유럽 등으로부터 전방위적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도 미국 요청을 뿌리치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842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55%, 한달 전인 4월보다 25%나 늘었다. 그 여파로 러시아는 19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782만t)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수출국이 됐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을 늘리며 브라질로부터 실어 오는 원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한 220만9천t에 그쳤다. <로이터> 통신은 이는 중국이 브라질산 원유보다 값싼 러시아산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서구의 경제 제재에 맞서 원유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이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산 석유를 하루 평균 84만배럴 수입하면서 4월 보다 두 배 이상 수입량을 늘렸다. 인도는 6월에 더 많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전망이다. 인도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세계 곳곳으로 다시 수출해 큰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중국·인도와 함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회원국인 남아공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남아공 현지매체 <비즈니스테크>는 지난 16일 그웨데 만타셰 남아공 광물자원·에너지부 장관이 원유값 대책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수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그건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관할권 밖에 있는 구매자들의 수입까지 막고 있지는 않다. 그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와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한데다가 중국·인도 등이 수입량을 늘리면서, 서구의 경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러시아의 원유 수익이 연초보다 50% 증가한 월 200억달러(약 25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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