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영 방송 노동자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정부의 방송 수신료 폐지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프랑스 하원이 23일(현지시각) 한해 가구당 138유로(약 18만5천원)의 텔레비전 수신료를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도 폐지에 찬성해, 수신료 폐지가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하원이 이날 텔레비전 수신료 폐지를 담은 이른바 ‘재정 교정 법안’을 찬성 170표, 반대 57표로 통과시켰다고 <프랑스 국제 라디오>(RFI)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텔레비전을 보유한 2300만 가구에게 연간 138유로를 받던 수신료를 폐지하고 공영 방송에는 부가가치세 중에서 37억유로(약 4조9500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담고 있다.
다만, 부가가치세를 통한 지원은 2025년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후 새로운 재정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는 영국 ‘비비시’(BBC)처럼 공영 방송의 몇년치 예산을 미리 설정해 장기적인 운영·투자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중에서는 공화당과 국민연합이 수신료 폐지에 찬성했고, 좌파 연합인 ‘뉘프’는 반대했다. 뉘프 소속인 사회당의 이나키 에샤니즈 의원은 수신료 폐지가 잘못된 발상이라며 공영 방송의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정부의 계획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공영 방송의 민영화를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의 텔레비전 수신료 폐지 방침은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으로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가정의 구매력을 보호하는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됐다. 가브리엘 아탈 공공 회계 담당 장관은 스마트폰 시대에 텔레비전 보유를 기준으로 시청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좌파 연합이 제안한 기업에 대한 초과 이윤세 부과 법안은 찬성 96표, 반대 114표로 부결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좌파 연합은 최근 물가 급등과 함께 이윤이 크게 늘어난 에너지, 운송 관련 기업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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