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명이 기소된 홍콩 최대 규모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사건의 재판이 배심원 없이 진행된다. 영국식 사법 문화가 바탕인 홍콩에서 배심원 없이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19일 <홍콩프리프레스> 등 보도를 보면, 오는 9월부터 홍콩 법원에서 열리는 홍콩보안법 위반 사건의 재판이 배심원 없이 진행된다. 재판을 받는 이들은 47명으로,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 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격)인 앨빈 융과 클라우디아 모 등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입법위원 예비선거 경선에서 국가전복을 음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가 전복은 중국이 제정해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보안법의 4대 범죄 중 하나다.
홍콩 법무부는 배심원과 그의 친인척 보호를 위해 배심원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콩보안법 제46조는 민감한 사건에 대해 배심원을 배제한 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홍콩에서 배심원 없이 진행되는 두 번째 국가 안보 관련 재판이다. 첫 사례는 지난해 7월1일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시위 진압 경찰관 3명에게 돌진했다는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은 퉁잉킷(25) 재판이었다. 이 재판은 홍콩에서 처음으로 홍콩보안법이 적용된 재판이기도 했다.
배심원 없는 재판을 두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하며 홍콩 정부 입맛에 맞춘 판결을 내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은 170여년 동안 영국식 관습법에 따라 배심원이 참석해 투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홍콩 사법부는 누리집에 배심원 제도를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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