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달 반도체(집적회로) 생산량이 247억개로 전년 동기보다 2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감소세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생산 감소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16일 발표를 보면, 중국의 지난 8월 반도체 생산량은 247억개로 전년 동기 대비 24.7%가 줄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발표된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321억개였다. 1년 새 70억개 남짓의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것으로, 1997년 해당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감소치다. 반도체 생산량 247억개는 2020년 9월(241억개) 이후 최저치다.
중국은 지난 7월에도 반도체 생산량 272억개로 전년 대비 16.6% 줄어드는 등 올해 들어 계속해서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1~8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2181억개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 게임기 등 소형 컴퓨터 기기의 지난달 생산량도 317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중국의 소형 컴퓨터 기기 생산량은 3829만대였다. 이 역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세였다.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전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감소, 소비 심리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광둥성 선전과 쓰촨성 청두 등 중국의 주요 아이티(IT) 중심 도시에 코로나19가 퍼져 봉쇄조처가 취해졌다. 또 쓰촨성과 충칭 등 중국 중서부에 전력난이 발생해 단축 생산을 하거나 공장을 돌리지 못한 곳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소비 심리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도 올해 들어 3470곳이 문을 닫는 등 반도체 산업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기업정보 누리집 ‘치차차’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8월 회사명이나 브랜드에 ‘반도체’라는 단어를 쓴 중국 현지 기업 3470곳이 사업 등록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년 동안 반도체 관련 회사 3420곳이 문을 닫았고 2020년에는 1397곳이 폐업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와 중국의 치열한 내부 경쟁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은 ‘반도체 칩과 과학 법’(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하고 엔비디아와 에이엠디(AMD) 등이 중국에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제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2020년 2만3100곳, 지난해 4만7400곳이 생겨나는 등 반도체 관련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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