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입국 금지 시행 전에 에스토니아로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18일(현지시각) 에스토니아의 국경 도시인 나르바에서 대기하고 있다. 나르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를 뺀 4개 나라가 19일 러시아 관광객 입국 금지 조처를 동시에 발표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이날 러시아 관광객의 자국 내 입국을 금지하는 조처를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네 나라는 유럽 내 통행 자유화를 내용으로 하는 솅겐협정에 가입한 유럽 26개국에서 사증(비자)을 받은 러시아 관광객도 입국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사업이나 문화·스포츠 교류 등을 목적으로 한 입국도 금지된다. 다만, 인도주의적인 목적의 방문이나 유럽연합 시민의 친척, 러시아 반정부 인사, 솅겐협정 가입국에서 장기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은 예외적으로 입국이 허용된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의 유럽연합 진입을 금지한 상태여서 러시아인이 유럽을 여행하려면 육로 등을 통해 인접국으로 들어간 뒤 다른 목적지로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러시아 여행객들은 사증 발급이 손쉬운 유럽 국가에서 사증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핀란드, 폴란드 등을 거쳐 유럽을 여행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지난 12일부터 유럽연합과 러시아 사이 맺은 사증간소화 협정 적용을 중단하는 방식을 통해 러시아인에 대한 사증 발급을 제한하는 조처를 취했는데, 이번에는 폴란드 등이 한 발 더 나아가 4개국이 이미 사증을 받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국을 막겠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아그네 빌로타이테 내무부 장관은 “러시아 시민의 4분의 3이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전쟁을 지지하는 이들이 리투아니아와 유럽연합을 거쳐 전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입국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폴란드의 마리우시 카민스키 내무부 장관은 오는 26일부터 러시아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에 이날 서명했고, 리투아니아는 이날부터 바로 러시아인 11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리투아니아 내무부는 이들이 러시아 본토와 분리된 러시아 땅인 칼리닌그라드 또는 벨라루스에서 육로로 들어오려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경 인근의 에스토니아 도시 나르바에서는 지난 18일 입국 금지 전에 서둘러 에스토니아로 들어오려는 러시아인들로 붐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나르바는 러시아어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90%에 달하는 곳이다. 파리에 사는 딸 방문 등을 위해 나르바에 아파트를 구해뒀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바딤 코랄료프(64)는 <로이터>에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국경 수비대가 앞으로는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거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한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정당하게 사증을 받은 러시아인의 입국을 거부할 경우 역내의 자유로운 이동을 규정한 솅겐협약을 위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도 지난주 “한 나라가 사증을 내주고 다른 나라는 이를 거부하는 건 시스템을 위해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핀란드에 허점이 있어서 (이번 조처가) 아주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조처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조만간 그들도 같은 조처를 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