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이 내년 초 이를 완화할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 안팎에서 봉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 봉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봉쇄 완화 신호는 지난주 초 시작됐다. 중국 당국이 내년 3월을 목표로 코로나19 봉쇄 완화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꾸렸다는 소식이 지난 1일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돌았다. 그러나 이날 홍콩의 항셍 지수가 5%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정보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고, 중국 외교부도 이날 “알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으며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내년 이후 성장세를 회복하려면,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가 필수 불가결하다.
2일엔 중국 보건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방역 관련 통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최단 기간에 가장 작은 희생을 수반하는 ‘정밀 방역’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는 소식이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방역 정책이 시행되며 재산과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이었다.
4일에는 중국의 전직 전염병 관련 고위 당국자가 봉쇄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이날 씨티은행이 주최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탈출 전략’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백신과 항바이러스 연구에서 큰 진전을 이뤄 국경 개방을 위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며 “앞으로 5∼6개월 안에 새 정책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전망이었지만, 그가 중국의 전염병 정책을 좌우하던 전직 당국자라는 점에서 기대를 키웠다.
중국 항공당국이 봉쇄 완화에 대비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대만 <중앙통신>은 6일 중국 항공당국이 최근 코로나19 감염 승객이 탄 항공사를 제재하는 ‘일시 운항정지’를 폐지하는 것에 대비하라고 항공사들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감염자가 나온 국제 항공 노선을 1~2주가량 폐쇄하는데, 이를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보건 당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의 방역 효과를 강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질병예방국 관리인 후샹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방역 정책에 단기적인 변화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중국의 방역 정책은 매우 정확하며,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높다. 중국 여러 지역에서 확진자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국의 전염병 상황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펑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전염병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고 위험하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봉쇄 완화에 대한 기대와 당국의 부인으로 인한 실망이 뒤섞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겨울이 가까워 오면서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천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하루 4천명 수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5월 이래 최대 수준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중국 당국은 사망자·확진자 발생의 최소화를 코로나19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봉쇄 완화와 같은 장기 계획을 노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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