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기구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여성살해 보고서. 누리집 캡춰.
지난해 1시간마다 여성 5명이 배우자 등 가족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공동으로 ‘젠더 관련 여성살해’ 보고서를 내어 지난해 전세계에서 여성 8만1100명 살해됐고, 이 중 56%인 4만5000명이 남편이나 파트너, 또는 다른 가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런 통계수치는 최근 10년간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남성 살해 수치와 크게 비교된다. 지난해 살해된 사람은 남성이 81%대 19%로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배우자나 다른 가족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경우는 남성이 11%대 56%로 여성보다 훨씬 적다.
지역별로 보면, 가정폭력에 의한 이런 ‘여성살해’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1만78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프리카가 1만7200명, 아메리카 7500명, 유럽 2500명, 오세아니아 300명 차례였다. 그러나 비율로 보면 아프리카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숨질 위험이 10만명당 2.5명으로 가장 높았고, 아메리카 1.4명, 오세아니아 1.2명, 아시아 0.8명, 유럽 0.6명 순서였다.
북미와 남서유럽에선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가족 내 여성살해가 늘어났는데, 주로 남편이나 파트너 말고 다른 가족의 살인이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가다 웨일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모든 형태의 젠더 관련 여성살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모든 희생을 기록하고 여성살해의 위험과 동기에 대한 이해를 높여 더 효과적인 방지책 수립과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인권단체 ‘평등 지금’(EN)의 관계자는 가정폭력 이외의 다른 형태의 폭력에 의한 죽음 등도 포함된 포괄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예컨대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한 여성 등도 심각한 여성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폭력이 가정의 사적인 문제라고 여겨져 가해자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곳이 아직 남아있다”며 젠더에 기반한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과 법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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