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이 그린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환자의 뇌 모습. 베타 아밀로드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쌓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주목받은 약물인 레카네맙이 인지력 감퇴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바이오젠·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약물인 ‘레카네맙(Lecanemab)’의 3상 임상시험 결과, 18개월 시험 동안 대상 환자의 인지력 감퇴를 약 27% 정도 막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치료 효과의 수치 자체는 대단한 것은 아니나 의료계에서는 중요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발 회사들은 18개월 동안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18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으로 치료한 결과 위약을 투약한 환자에 비해 ‘임상 치매 척도’로 측정해 인지력 감퇴가 27% 정도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레카네맙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 27~37%의 향상된 효과를 보았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폴 에이젠 서던캘리포니아대 알츠하이머치료연구소 소장은 이런 결과에 대해 “(이 치료제의) 완전한 승인을 정당화할 중요한 편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이젠 소장은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투여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런 결과는 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 최초 단계에 있는 환자들의 질병 과정을 의미있게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한다며 미국 당국이 이 약의 승인을 신속하게 승인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레카네맙의 임상 시험은 이 약물이 인지력 감퇴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으나, 특정 환자에게는 뇌부종 등 부작용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의 12.6%에서 뇌부종이 관찰됐다. 이 약물의 연장 치료를 받은 2명이 뇌출혈로 사망했고, 5명이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에자이 쪽은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 2명은 애초부터 뇌졸중으로 혈전 제거 치료를 받거나 혈액 농도를 희석하는 약물을 복용했다며, 레카네맙과는 상관이 없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레카네맙의 편익과 위험이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알츠하이머약물발견재단의 수석과학관인 하워드 필리트 박사는 “의사들은 치료의 편익과 위험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나는 혈액 농도 완화제를 투여받는 사람들에게 이 약물을 투여할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레카네맙을 ‘신속검토프로그램’으로 승인 절차를 밟을지를 오는 1월6일 결정할 방침이다. 에자이 쪽은 이 결정과 상관없이, 미 식품의약국의 일반적인 승인 절차를 곧 신청할 계획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치매연구소 소장인 바트 드 스트루퍼 박사는 레카네맙에 대해 “알츠하이머 환자에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주는 최초의 약물이다”며 “임상에서 나온 편익은 제한적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카네맙은 뇌 속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드라는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항체 요법 약물이다. 베타 아밀로드는 알츠하이머병을 진전시키는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베타 아밀로드는 뇌세포가 천천히 파괴되는 뇌의 변화를 야기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레카네맙을 투여받은 환자의 68%에서 베타 아밀로드가 제거되는 효과를 보았다고 에자이 쪽은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