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펙플러스가 원유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업계의 증산도 쉽지 않아, 국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뉴멕시코주의 유전 모습. 로빙턴/AP 연합뉴스
석유 수출국 모임인 ‘오펙플러스’가 기존 원유 감산 방침을 유지하고 러시아가 서방의 유가 상한제에 동참하는 나라들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원유 업계의 증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등이 부족한 석유를 미국산으로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각) 미국 셰일석유 업계가 최근 과잉 생산에 따른 생산성 하락, 투자 자금 유치 어려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일손 부족 등 여러가기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셰일 업계에서는 원유 생산이 정점에 이른 뒤 감소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셰일석유는 암석에서 뽑아내는 석유로, 2000년대 초 암석을 수압으로 파쇄하는 기술의 혁신이 이뤄지면서 채산성이 높아졌다. 이 덕분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원유 생산 증가를 이끌던 미국 셰일업계의 최근 어려움은 올 겨울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유럽 등이 원유 확보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셰일 업계가 정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증거는 셰일 업계를 선도하던 지역인 미 중북부 노스다코타주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많은 셰일 유정이 생산성 하락을 겪는 데다가 인력 부족까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생산량 1등급 유정의 비율이 2020년 초에는 이 지역 전체 유정의 9%였으나 최근에는 4%까지 떨어졌다. 노스타코타주 광물자원부의 책임자 린 헬름스는 “2023년에도 심각한 인력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석유·가스 분석 기업 노비랩스의 생산관리 책임자 테드 크로스는 이 지역 상황은 비전통적인 원유 업계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미국 셰일 유전 지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은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뿐인데, 이 지역의 상황도 최근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데이터 전문기업 팩트셋의 매트 해거티 선임연구원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여러가지 있지만, (석유 추출용) 분쇄 모래 가격 상승, 빡빡한 고용 상황이 특히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업계의 신규 투자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유전 관련 서비스 업체인 슐룸베르거(SLB)는 올해초부터 지난 9월까지 연구 및 기술 관련 투자액이 매출액의 2.3%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보다 0.1%포인트 적은 것이다. 유전 굴착 전문 기업 ‘헬름릭 앤드 페인’도 내년 연구·개발 투자비를 올해(2700만달러)보다 100만달러 늘려 잡는 데 그쳤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업계의 신규 사업 투자가 “잘해야 보통 수준이 될 것이며, 투자의 절대 규모로 보면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내년 원유 생산 전망치를 올해초 내놓았던 전망치보다 21% 가량 적은, 하루 1231만배럴로 낮춰 잡았다. 이는 올해 생산량보다 48만배럴 많은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하루 90만배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생산 증가량은 50만배럴 정도에 그친 바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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