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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정직한 의사’에서 ‘금지 인물’로…중 ‘사스 은폐’ 폭로 장옌융 별세

등록 2023-03-14 10:54수정 2023-03-14 11:00

장옌융. 바이두 갈무리
장옌융. 바이두 갈무리

2003년 중국 정부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축소·은폐 사실을 폭로하고, 이듬해 톈안먼(천안문) 사건의 재평가를 요구한 중국인 의사 장옌융이 11일 숨졌다. 향년 91.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보도를 보면, 장옌융은 지난 11일 오후 3시30분쯤 베이징 인민해방군 종합병원에서 폐렴 등 질환으로 사망했다. 중국 내 관영 매체 등은 그의 사망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의 사망이 코로나19와 관련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코로나에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옌융이 유명해진 것은 71살이던 2003년으로, 중국 정부의 사스 축소·은폐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인민해방군 의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장은 2003년 초 중국 남부를 중심으로 발생한 ‘괴질’에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축소해 발표하자 미국 언론인 <타임>에 이를 폭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장옌융은 “내가 일하던 베이징 병원에서 적어도 60명이 치료를 받고 있고 7명이 사망했는데, 베이징 당국은 베이징에서 사스 치료를 받는 사람이 12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며 이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장옌융의 인터뷰가 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중국 당국은 약 2주 뒤인 4월 중순 베이징 시장을 해임하고, 수백 건의 확진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규모 방역 활동을 진행했다. 중국 언론들은 장옌융을 정직한 의사라고 치켜세우며, 그를 영웅화했다. 장옌융은 여러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자신은 충성스런 공산당원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장옌융이 또 다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듬해인 2004년 3월이다. 장옌융은 당시 중국 국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에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애국 활동’으로 재평가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미국 <에이피>(AP) 통신 기자가 원자바오 총리에게 그의 서한을 언급하며 ‘재평가 의사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원 총리는 “천안문 사건은 엄정한 정치 풍파”라며 재평가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당국에 찍힌 장옌융은 톈안먼 사건 15주년 기념일(6월4일)을 사흘 앞둔 그해 6월1일 당국에 의해 부인과 함께 구금됐다. 의사였던 부인 화중웨이는 단식 끝에 15일 만에 풀려났고, 장옌융은 40여일 만인 7월19일 석방됐다. 이후 장옌융은 가택연금에 처해졌고, 중국 매체에 등장하지 않는 금지인물로 낙인 찍혔다. 2004년 8월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당국이 시상식 참석을 불허하면서 그의 딸이 대리 수상했다.

14일 오전 현재 중국 포털 바이두에는 장옌융의 사망 사실을 알리는 부고 기사가 한 건도 올라와 있지 않다. 그의 약력을 담은 사전에는 사스 당시 그의 활동은 소개돼 있지만, 톈안먼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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