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부 장관이 자국 은행의 러시아 관련 사업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의 중립국 오스트리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이 커지자, 오스트리아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각) 공개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의 2위 은행인 라이프아이젠 은행의 러시아 관련 사업을 조사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 은행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는 건 합당하지 못한 처사라며 “서방 기업의 91%가 여전히 러시아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은행들도 많고, 한 곳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며 현지에 남아 있는 은행들이 “서방 금융계의 전체 업체 명단”에 해당한다고 표현했다.
라이프아이젠 은행은 지난 17일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시리아에서 벌이고 있는 러시아 관련 사업의 세부 사항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1월 받았다고 공개했다. 라이프아이젠 은행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해 10월 3일 발표한 ‘금융 체계상 중요한 은행’ 13곳에 포함될 만큼 러시아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3개 은행 가운데 외국계 은행은 라이프아이젠과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뿐이다. 라이프아이젠 은행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9월 도입한 우크라이나 전투 참가 군인에 대한 대출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에도 관여하고 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오스트리아 기업들은 정부의 규정을 엄격하게 따라야 하며, 이런 규정 가운데는 유럽연합(EU) 차원의 (러시아 관련) 제재도 포함된다”며 제재를 이행하는 주체는 오스트리아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앞으로도 유럽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가장 큰 이웃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는 1955년 영세 중립국을 선언한 이후 냉전 시대 동서의 대화 통로를 자임해왔다. 현재 이 나라는 유럽연합 차원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자국 내에 본부를 둔 국제 기구 회의에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을 허용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고 있다.
이웃 나라 스위스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국방장관과 만나 스위스산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걸 금지하는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암헤르트 장관은 이날 스위스 국방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도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도 많은 회원국들이 재수출 금지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나토가 밝혔다.
스위스는 1815년 국제 사회로부터 영세 중립국 지위를 공인받았다. 이 나라는 현재 자국산 무기가 제3국을 통해 전쟁 중인 나라에 재수출되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재수출 금지가 중립국으로서 오랜 인도주의적 전통에 근거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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