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무역적자 시대 중국 가보니
현대차 창저우 공장 7년 만에 폐쇄 고민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생산 안 한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 7년 만에 폐쇄 고민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생산 안 한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현대차 공장 정문. 이날 생산을 하지 않아 오가는 차가 없었다. 창저우/최현준 특파원 지난 11일 오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현대차 공장 정문. 이날 생산을 하지 않아 오가는 차가 없었다. 창저우/최현준 특파원](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438/imgdb/child/2023/0524/16848876680984_20230523503787.jpg)
지난 11일 오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현대차 공장 정문. 이날 생산을 하지 않아 오가는 차가 없었다. 창저우/최현준 특파원
“2016년 현대차가 공장을 세울 때만 해도 지역 사람들이 모두 기뻐했는데, 7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너무 아쉬워요.”
지난 11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허베이성의 작은 도시 창저우. 이곳에서 만난 주민 주는 “현대차 공장이 곧 문을 닫는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아쉽다고 했다. 실제 창저우 외곽에 자리한 2㎢에 이르는 창저우 현대자동차 공장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날 오후 창저우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톈진의 위니아대우전자 공장도 한동안 가동을 중단한 듯 공장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공장 입구에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빛바랜 한글 간판이 이곳이 한국 기업의 공장이었음을 보여줬다.
위니아전자는 이곳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연간 2천억원대의 제품을 생산했지만, 지난 2월 공장을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위니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생산이 급감했다. 코로나 기간에도 거의 생산하지 못했다”며 “올 초 중국 국적 회사에 공장을 매각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밀어낸 중국산 자동차
공단 한쪽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공장 정문에서 일하는 한 보안 요원은 “오늘은 생산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생산을 중단했느냐’는 질문에 “어제도, 그제도 생산하지 않았다. 내일은 생산을 한다고 들었다”며 “요즘은 매일 생산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국 내 네번째 현지 공장으로 창저우에 공장을 세운 지 불과 7년 만에 공장 폐쇄를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2016년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10%(179만대)까지 끌어올리며, 중국 공장을 5개로 늘렸다. 하지만 한 곳은 매각했고 네 곳은 가동을 중단했거나 가동률을 대폭 낮춘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최근 1%대로 급락한 탓이다.
현대차의 빈자리는 중국산 자동차가 빠르게 대체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2008년부터 판매량 1위를 지켜온 폴크스바겐을 누르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11일 오후 중국 톈진의 위니아대우전자 공장이 텅 비어 있다. 위니아전자는 올 2월 공장을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 11일 오후 중국 톈진의 위니아대우전자 공장이 텅 비어 있다. 위니아전자는 올 2월 공장을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71/489/imgdb/original/2023/0523/20230523503789.jpg)
11일 오후 중국 톈진의 위니아대우전자 공장이 텅 비어 있다. 위니아전자는 올 2월 공장을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
“중국 추격, 빠르다 못해 무서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1일 공개한 ‘대중 수출 부진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자료를 보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에 대해 ‘비슷한 수준’(36.6%)이라는 답과 오히려 한국이 ‘뒤진다’(3.7%)는 답을 합치면 40.3%에 이르렀다.
중국에 앞선다는 답변도 ‘3년 이내’(38.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향후 5년간 한국과 중국의 기술 성장 속도’에 대한 질문에는 ‘중국의 성장 속도가 한국을 능가할 것’(41.3%)과 ‘비슷할 것’(35%)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중국 내 한국 생산기지’로 불렸던 톈진은 2010년대 초 2500여개에 이르던 한국 기업이 10여년 만에 500여개로 감소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박홍희 톈진 한인회 회장은 “중국의 제조업 추격 속도가 빠르다 못해 무서울 정도”라며 “일반 제조업은 경쟁력을 거의 잃었고, 서비스업이나 기술집약 산업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중국 톈진의 궈마오쇼핑중심. 이곳에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었지만 2년 전 철수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 12일 오전 중국 톈진의 궈마오쇼핑중심. 이곳에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었지만 2년 전 철수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37/470/imgdb/original/2023/0523/20230523503786.jpg)
12일 오전 중국 톈진의 궈마오쇼핑중심. 이곳에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었지만 2년 전 철수했다. 톈진/최현준 특파원
자동차, 전자제품 이어 K뷰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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