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의 한 커피숍에서 직원이 카페라테용 우유를 스티밍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여름 엘니뇨 현상이 다시 기승을 부리며 이상 기후가 잦아짐에 따라, 커피·초콜릿·설탕 등 ‘소프트(연성) 원자재’의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 기호식품 생산국들이 폭염과 가뭄, 홍수 등에 시달리면서 작황이 예년 같지 않아 올여름 전 세계인이 즐기는 달콤한 간식류의 극심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 로부스타 원두, 코코아, 설탕, 오렌지주스 선물 등이 모두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지난 9일 기준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7.9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9.39%였다. 설탕은 지난해보다 34.5% 상승했고, 코코아는 지난해보다 33.33% 올랐다. 국제 농산물 거래 기업 ‘이디엔드에프만’(ED&F Man)의 리서치 책임자 코나 하크는 “식료품 가격 중 마지막까지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설탕과 커피 그리고 달콤한 과자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 주로 쓰이는 저렴한 원두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의 비축량이 감소한 것과 맞물려, 세계 2위~3위를 다투는 로부스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서 각각 생산량의 20%, 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콜릿 제조업체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 코코아콩의 최대 수출국인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가 작황이 좋지 않아 이번 시즌 코코아 가격은 이미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코아콩 주요 수출국인 가나 정부 산하의 ‘코코아 마케팅 컴퍼니’는 최대 코코아 재배 지역인 서아프리카의 악천후로 인해 다음 시즌에는 생산량의 최대 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버밍엄의 한 수퍼마켓에서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10유로 이상 치솟자 도난 방지를 위해 보안 케이스에 넣어 커피를 진열하고 있다. 트위터 ‘Andrew Bevan’ 계정
오렌지 주스는 미국 최대 오렌지 생산지 플로리다주가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어 공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5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료 업계는 오렌지 주스가 아닌 다른 과일 주스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음료 회사 ‘기린’은 글로벌 공급 부족을 이유로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품목인 커피, 초콜릿, 설탕, 오렌지 주스 등은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주요 식품이란 점에서 올여름 공급 부족이 미칠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상파울루 대학의 연구원 마르코스 파바 네베스는 “특히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디엔드에프만(ED&F Man)의 리서치 책임자 코나 하크는 “큰 돈 들이지 않고 누리는 작은 사치품인 달콤한 간식 커피·설탕·코코아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가 유지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