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놓고 신경전 벌인 프랑스-이탈리아, 파리서 화해 모드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났다. EPA 연합뉴스

지중해 이주민 수용을 놓고 그동안 신경전을 벌였던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20일 정상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

20일 <에이피> (AP) 통신 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부터 지중해 난민 수용문제까지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2030년 세계박람회 로마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를 방문했으나 정상회담은 예정에 없었다. 양국 정상회담은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주민) 유입을 피하기 위해 출신 및 경유 국가와 더 잘 협력할 것을 포함해 두 나라(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도 “두 나라는 유럽의 주역이며 우리는 공통의 관심사가 많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대화가 필요하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이날 두 정상은 군사와 외교, 경제 등의 사안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동 지원을 재확인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은 밝혔다.

강경한 난민 정책을 내세운 멜로니 총리가 집권을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오는 지중해 이주민 수용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었다. 이탈리아는 난민선의 구조를 축소하는 보수적 법안을 만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프랑스는 인도주의적 수용이 필요하다며 이탈리아를 비판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달 제럴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이 “멜로니 총리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고 비판하자,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예정됐던 파리 방문을 전격 취소하며 더욱 얼어붙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탈리아가 234명의 이주민이 탑승한 오션바이킹호의 입항을 몇 주 동안 거부했고,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이탈리아를 압박하면서 갈등이 더욱 첨예해 졌다. 지난 14일에도 그리스 남부에서는 이주민이 탄 배가 침몰해 최소 79명 사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이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이주민들이 출발지로 삼는 주요 국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튀니지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튀니지를 방문했고, 프랑스도 19일 튀니지에 2580만 유로(약 362억원) 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19일 프랑스와 독일 내무장관과 만난 뒤 “튀니지는 유럽의 국경수비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미향 기자 [e-mail]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났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