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출신의 한 남성이 7월31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인근 광장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우고 있다. 스톡홀름/EPA 연합뉴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가 이슬람 경전인 쿠란(코란)을 불태우는 반 이슬람 행위 금지를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서도 쿠란을 불태우는 시위가 이어지자, 이슬람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두 나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1일(현지시각) 외부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을 악용해 “(스웨덴을) 혐오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무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이런 행동이 스웨덴을 국제 분쟁에 휘말려 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국가와의 갈등을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이런 발언은 전날 이라크 출신자 2명이 스웨덴 의회 근처 광장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쿠란을 불태우는 시위를 벌인 뒤 나왔다. 같은 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도 쿠란을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지난 6월말부터 부쩍 늘어난 반 이슬람 시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두 나라에서 반 이슬람 시위가 이어지자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지난달 31일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두 나라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이 기구는 회의 뒤 “(쿠란) 모독 행위가 반복되는 걸 개탄하며 스웨덴과 덴마크가 이런 행동을 막을 조처를 취하지 않는 데 깊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57개 회원국들에 두 나라 대사 소환 등을 포함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처를 취할 것”도 촉구했다.
이슬람 국가의 집단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자, 스웨덴 정부는 이슬람협력기구 회원국 모두에 편지를 보내는 등 외교 갈등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비아스 빌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은 자국의 집회의 자유 권리를 설명하고 이슬람 혐오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도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이슬람협력기구 회원국들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 검토에 나섰으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국내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덴마크 싱크탱크 유로파의 리케 프리스 대표는 “덴마크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지지와 덴마크의 안보를 지키는 문제 사이에서 위태로운 상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표현의 자유 옹호 단체 소속의 변호사 야코브 음찬가마는 “지금은 분수령이 되는 순간인데, 덴마크 정부는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교 경전을 불태우는 걸 어디까지 제한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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