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성들의 24시간 총파업이 벌어진 24일(현지시각)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완전한 성평등 실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레이캬비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남녀 차별이 가장 덜한 것으로 꼽히는 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24일(현지시각) 남녀 완전 동일 임금 쟁취와 성차별적 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2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남녀 차별에 항의하는 1975년의 첫 여성 파업 48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날 총파업에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도 동참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이날 아침 남성들로만 구성된 뉴스 진행자들이 여성들의 파업을 알리는 소식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많은 학교, 상점, 은행은 물론 아이슬란드의 명물로 꼽히는 공공 수영장들도 이날 하루 문을 닫았다. 대중 교통은 운행이 지연됐고, 병원들도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이 많았으며, 호텔들은 방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총파업을 주도한 노조 단체들은 모든 여성과 ‘이분법적 성별 거부자’(논바이너리)들에게 24시간 동안 임금 노동은 물론 가사 노동 같은 무임 노동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총파업을 이끈 공공노조연맹의 홍보 담당자 프레이야 스테인그림스도티르는 “아침 교통이 눈에 띄게 변했고 공공 서비스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제공되는 등 여성 파업이 광범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이날 하루 집에 있을 것이라며 여성 장관들도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직 완전한 성평등에 이르지 못했으며 2023년에는 용납할 수 없는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과도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내 중심부에 수천명의 여성들이 모여 1975년 10월 24일의 첫 여성 파업 48주년을 기념했다. 1975년 파업에는 전체 여성의 90% 가량이 동참했으며, 이듬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제정했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파업은 스페인, 폴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 여성 파업을 촉발하는 등 국제적인 영향도 끼쳤다.
인구 38만명의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의 국가별 성평등 지수에서 14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각의 남녀 동수 실현 등 정치 분야에서는 성평등이 크게 진척됐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성평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을 보면, 여성의 임금은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의 78.4%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 노동자의 22% 정도를 차지하는 이주민 여성들이 특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 대행은 2018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스페인에서 벌인 24시간 파업이 아이슬란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이번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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