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공공개입 확대’ 주장
부의 분배와 같은 논란적인 주제를 연구해 온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9일 밤(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마운트 오번 병원에서 숨졌다고 <아에프페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향년 97.
1908년 10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갤브레이스는 1934년 이후 하버드대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경제학뿐 아니라 경영학·역사학·사회학도 폭넓게 연구했다.
<뉴욕타임스>는 “갤브레이스는 복잡하고 재미없는 주제를 학식있는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능력을 보임으로써 존경과 질투를 한몸에 받았으며, 때론 장광설로 경멸을 받기도 했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33권의 저서를 남긴 갤브레이스는 58년 펴낸 <풍요로운 사회>에서 “미국의 경제는 개인의 부를 낳았지만 학교나 고속도로와 같은 공공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성장 위주의 미국 경제정책을 통렬히 비판했다.
성장위주 미국경제 비판 민주당 대통령 자문역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온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미국 정치 무대에서 거물로 통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대통령의 자문역으로 일하거나 연설문 작성에 관여하는 등 미국 민주당의 방향과 민주당 지도자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61∼63년에는 인도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베트남전 탓에 린든 존슨 대통령과 결국 결별하기는 했지만, 존슨 대통령이 ‘위대한 사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크게 기여했다. 정부에서 일한 경험 등을 토대로 <트라이엄프>(1968년) 등 소설 세 편을 쓰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그를 “경제학자보다 경제학 외부에 더 영향을 끼친 경제학자”라고 표현한 대로, 그의 업적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그의 제도경제학이 사회적인 비판에 자주 이용됐지만 실제 그의 이론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경제학자는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별로 없다”며 “다만 그가 사회적 발언을 많이 했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로서 높이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그의 비판이론의 핵심은 ‘집단간 갈등이 직접적 의사소통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독점도 시민단체·전문가 집단의 비판, 곧 ‘정치적 대항력’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갤브레이스는 사회에 비판적이었지만, 이런 정치적 대항력을 들어 사회에 대해 비관적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도형 김성재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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