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누명 시리아계 1년간 수감·고문…캐나다 정부,경찰잘못 인정
“오늘, 진상조사위가 내 이름과 명예를 회복시켜줬다.”
1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마허 아라르(36)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엉뚱하게 테러리스트로 몰려 시리아에서 1년간 고문까지 받았던 아라르의 경험은 대테러전쟁의 황당한 이면을 잘 보여준다.
시리아계 캐나다인으로 평범한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아라르가 졸지로 테러리스트로 몰린 것은 2002년 9월이었다. 튀니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 내린 그는 미국 당국에 체포됐다. 캐나다 경찰이 그를 ‘알카에다와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미국 세관과 연방수사국(FBI)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경찰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아라르와 그의 아내를 ‘테러리스트 요주의명단’에 올려놓았다. 이 사건을 재조사한 캐나다 정부 조사위원회는 18일 “아라르가 테러리스트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 경찰이 수집한 모든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캐나다 경찰의 잘못을 인정했다.
미국 정부는 아라르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를 중동 시리아로 보냈다. 중앙정보국(CIA)이 중요 테러혐의자를 고문이 허용되는 제3국으로 보내 조사하는 ‘랜디션’(인도)의 일환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아라르를 시리아로 보내면서 캐나다 정부엔 알리지도 않았다. 아라르가 캐나다 영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것은 국제법 위반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아라르는 작은 방에서 전기줄로 구타당하는 등의 고문을 받으며 2002년 10월부터 1년간 시리아 감옥에 갇혀 있었다. 시리아 관리들은 이듬해 10월 “아라르는 알카에다와 관련이 없다”고 결론짓고 그를 캐나다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무신경한 캐나다 경찰과, 정보 빼내기에만 급급한 미국 수사당국의 합작품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진상조사위 발표 뒤 “진상보고서에 기초해 후속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아직 일체의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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