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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인류가슴에 화해·용서 새기고 떠나다

등록 2005-04-03 19:21수정 2005-04-03 19:21

구부정한 자세에도 온화한 웃음을 잃지 않고,가는 곳마다 대지에 입을 맞추며 낮은 곳을 살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70년대 말 세계 10억 가톨릭교도의 수장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그는, 이후 ‘행동하는 교황’으로 20세기 냉전시대를 끝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계인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는 455년 만에 처음으로 78년 264대 교황에 오른 그는, 27년을 재위하는 동안 거리상으로 지구를 무려 30바퀴나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화해와 용서의 ‘말씀’을 전했다.

교황이 된 뒤 79년 그가 처음 찾은 곳은 고국 폴란드였다. 그는 그해 세차례나 폴란드를 찾아 자유노조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동유럽 공산권 해체의 계기를 마련했다.이어 89년에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지원해 냉전 종식의 물꼬를 텄다.

무엇보다도 그는 ‘화해의 사도’였다. 특히 자신의 암살기도 범인에 대한 용서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81년 성베드로광장에서 터키 청년 메흐메트 알리 아그자가 쏜 총에 복부와 손에 깊은 상처를 입고 중태에 빠졌던 교황은 2년 뒤 아흐자가 갇힌 감옥을 직접 방문해 “이미 용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화해’를 교회 차원으로 확장했다. 그는 2000년 <회고와 화해, 교회와 과거의 잘못들>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저항하지 못한 점, 십자군 전쟁, 13세기의 종교재판 등에 대한 실수를 지적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 참회는 바티칸의 많은 추기경과 주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오로 2세가 몇 해 전부터 교회 전체적인 ‘과거 죄에 대한 정화의식’을 치러야만 제3 밀레니엄 시대로 진입해 새로운 전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씨앗’이 있음을 선언했고, 가톨릭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로마 시내의 한 유대교회당에서 기도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소식이 전해진 2일 밤(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자 수녀가 위로하고 있다. 성베드로 광장/AP 연합


화해의 메시지는 국제 분쟁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어 종교분쟁의 화약고인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등 중동지역을 방문해 오랜 중동 분쟁의 역사를 화합과 평화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남미의 독재국 등 핍박에 대해 항거하는 민주화 인사들과 민중들의 고통에 구체적으로 응답하기보다 ‘평화’라는 구호만을 되뇌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대외 활동에선 큰 업적을 쌓았지만 ‘교회의 변화’에서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가톨릭을 현실에 맞게 바꾸기 위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퇴색시켜 가톨릭을 보수화했다는 비판도 있다.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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