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의 거래인들이 지난 11일 원유 선물을 거래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미·영 선물거래 규제 합의
‘지수 펀드’ 제한 가능성도 “만약 모든 미국 원유 거래에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와 거래 제한 조처가 취해진다면, 유가는 ‘하룻밤’에 25% 정도 떨어질 것이다.” 미국 선물거래위의 거래·시장 부서장을 지낸 메릴랜드대 법학 교수 마이클 그린버거가 지난 9일 발행된 경제 주간 <비즈니스위크>에서 한 말이다.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의 배후에 투기 세력이 있는만큼, 석유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란 얘기다. 그가 유가 전망의 조건으로 제시한 선물거래위의 규제 조처가 곧 실행될 예정이어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물거래위는 오는 10월부터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전체 선물 중 30%가 거래되는 영국 런던의 대륙간거래소(ICE)와 원유 선물거래에 대한 한도액 설정과 투명성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저널> 등 외신들이 17일 일제히 전했다. 통신은 “이러한 정책은 유가를 움직이는 원유 선물 포지션과 계약에 한도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모든 원유 선물 거래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조처”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의 ‘헤지’(안전 장치)로서 구성한 지수펀드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유가를 상승시켜온 원자재 지수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의 비상업 목적의 투자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선물거래위는 오는 9월 이들 지수 펀드 거래가 투기적 제한 대상에 해당할지 여부를 판단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상업지수(GSCI) 하나에 투자된 돈만해도 지난 2002년 130억달러에서 2007년 2600억달러로 불어나는 등, 지수펀드가 유가 상승에 큰 몫을 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가 상승의 주범으로 투기적 요소를 꼽아온 톰 하킨 등 미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선물거래위의 정책을 환영했지만, 삭스비 참블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미국 중부 곡창지대 타격
옥수수·콩·에탄올 값 껑충 가축 사료와 에탄올 연료 수요 증가에 이어 이번엔 홍수가 국제 곡물 가격을 펌프질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의 최대 산지인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등 미국 중부에 1993년 이후 최악의 홍수가 덮치면서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 및 바이오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7일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부셸(약 27.2kg)당 11센트(1.4%) 오른 7.7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장중 한때 7.915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 한주 동안 13%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리노이주 농무부 지도관인 톰 제닝의 말을 따 “폭우의 충격은 극적”이라며 “수확량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 옥수수와 콩 가격은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홍수로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면서 11월 인도분 콩 가격도 부셸당 30센트(2%) 오른 15.53달러를 기록했다. 홍수로 인한 최근 가격 상승분을 포함해 콩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83%나 뛰었다. 세계 최대 옥수수와 콩 생산국이면서 동시에 수출국인 미국을 덮친 홍수가 곧바로 국제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 농무부는 16일 “‘좋은 또는 훌륭한’ 조건에 있는 옥수수가 1년 전 전체의 70%였던 게 홍수가 덮친 지금은 57%에 불과하다”며 “‘최상급’ 콩도 지난해 전체 65%였던 게 지금 57%로 줄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뉴스>가 보도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최대 500만 에이커 최소 300만 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의 농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수확량이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덩달아 바이오연료 가격이 뛰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수로 지난 한주 동안 에탄올 선물 가격이 17% 상승한 갤런(3.7리터)당 2.89달러에 도달했다”며 “휘발유 가격을 억제해왔던 바이오연료의 역할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지수 펀드’ 제한 가능성도 “만약 모든 미국 원유 거래에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와 거래 제한 조처가 취해진다면, 유가는 ‘하룻밤’에 25% 정도 떨어질 것이다.” 미국 선물거래위의 거래·시장 부서장을 지낸 메릴랜드대 법학 교수 마이클 그린버거가 지난 9일 발행된 경제 주간 <비즈니스위크>에서 한 말이다.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의 배후에 투기 세력이 있는만큼, 석유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란 얘기다. 그가 유가 전망의 조건으로 제시한 선물거래위의 규제 조처가 곧 실행될 예정이어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물거래위는 오는 10월부터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전체 선물 중 30%가 거래되는 영국 런던의 대륙간거래소(ICE)와 원유 선물거래에 대한 한도액 설정과 투명성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저널> 등 외신들이 17일 일제히 전했다. 통신은 “이러한 정책은 유가를 움직이는 원유 선물 포지션과 계약에 한도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모든 원유 선물 거래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조처”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의 ‘헤지’(안전 장치)로서 구성한 지수펀드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유가를 상승시켜온 원자재 지수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의 비상업 목적의 투자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선물거래위는 오는 9월 이들 지수 펀드 거래가 투기적 제한 대상에 해당할지 여부를 판단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상업지수(GSCI) 하나에 투자된 돈만해도 지난 2002년 130억달러에서 2007년 2600억달러로 불어나는 등, 지수펀드가 유가 상승에 큰 몫을 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가 상승의 주범으로 투기적 요소를 꼽아온 톰 하킨 등 미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선물거래위의 정책을 환영했지만, 삭스비 참블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미국 중서부를 덮친 폭우로 16일 아이오와주 오크빌의 옥수수 밭이 물에 잠겼다. 오크빌/AP 연합
옥수수·콩·에탄올 값 껑충 가축 사료와 에탄올 연료 수요 증가에 이어 이번엔 홍수가 국제 곡물 가격을 펌프질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의 최대 산지인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등 미국 중부에 1993년 이후 최악의 홍수가 덮치면서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 및 바이오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7일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부셸(약 27.2kg)당 11센트(1.4%) 오른 7.7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장중 한때 7.915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 한주 동안 13%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리노이주 농무부 지도관인 톰 제닝의 말을 따 “폭우의 충격은 극적”이라며 “수확량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 옥수수와 콩 가격은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홍수로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면서 11월 인도분 콩 가격도 부셸당 30센트(2%) 오른 15.53달러를 기록했다. 홍수로 인한 최근 가격 상승분을 포함해 콩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83%나 뛰었다. 세계 최대 옥수수와 콩 생산국이면서 동시에 수출국인 미국을 덮친 홍수가 곧바로 국제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 농무부는 16일 “‘좋은 또는 훌륭한’ 조건에 있는 옥수수가 1년 전 전체의 70%였던 게 홍수가 덮친 지금은 57%에 불과하다”며 “‘최상급’ 콩도 지난해 전체 65%였던 게 지금 57%로 줄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뉴스>가 보도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최대 500만 에이커 최소 300만 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의 농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수확량이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덩달아 바이오연료 가격이 뛰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수로 지난 한주 동안 에탄올 선물 가격이 17% 상승한 갤런(3.7리터)당 2.89달러에 도달했다”며 “휘발유 가격을 억제해왔던 바이오연료의 역할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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