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패, 정치불만으로 이어져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도 취약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도 취약
‘고유가, 원자재값 급등, 식량값 폭등, 높은 이자율, 낮은 성장률 ….’
이는 비단 아시아만이 아니라 세계가 겪는 공통된 경제 위기 현상들이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진화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기는 하나, 나름의 정치체제를 구축한 아시아의 신흥 개발도상국들에 그 강도가 증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의 국가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이 그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 가운데 하나다. 정연식 창원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국가 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을 때, 그 실패에 대한 책임도 국가가 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대중과 야당의 경제에 대한 불만 표출이 정부를 향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적 리더십 위기를 겪는 인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타이·필리핀 등의 공통점은 국가가 아주 깊숙이 경제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대외적 충격을 줄이겠다면서 이 나라들은 정책적 수단으로 에너지 및 식량 보조금, 환율방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적자나 외환보유 감소 등 새로운 부작용을 낳았다.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5일 “(이로 말미암아) 이들 정부가 정치적인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들이 ‘형식적 민주주의’는 갖췄지만, 미성숙한 ‘경제·사회적 민주주의’ 탓에 대외 경제적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나라에 물가인상 등 경제적 충격의 완충장치인 사회 안전망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인플레는 가격 변동에 민감한 계층이 많은 개발도상국가들로서는 특별한 ‘도전’”이라며 “특히 식량가격의 상승은 정치적 격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경제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경제 위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 신흥 개발도상국의 취약한 경제를 근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평균 8%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수출과 수입, 외자 등 경제의 대외적 의존성이 과도하게 커졌다. 이런 탓에 외부 충격에 더욱 쉽게 흔들리고, 그로써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도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가속화된 신자유주의는 아시아 경제의 외부 의존도와 취약성을 한층 높여 놨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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