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작위 박탈·크리켓팀 입국금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빠지는 등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정권의 극심한 탄압을 지켜보던 국제사회가 ‘칼’을 빼들었다. 짐바브웨의 크리켓 원정경기 봉쇄와 무가베의 명예기사 작위 박탈이다. 강경 비난에 비해 초라한 제재책은 뾰족한 개입 수단이 없는 국제사회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영국이 짐바브웨 크리켓 대표팀의 2009년 영국 방문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25일 전했다. 영국 앤디 버넘 문화부 장관은 “짐바브웨의 심각한 인권 탄압과 짐바브웨 크리켓 팀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 등을 고려해 예외적인 조치를 취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외 투어를 막겠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내년 영국에서 열리는 크리켓의 월드컵인 ‘투웬티(20) 월드컵’에 짐바브웨가 참석하지 못하도록 다른 나라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같은 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명예 기사 작위를 박탈했다. 앞서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인권 탄압·민주주의 경시에 대한 불쾌감 표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작위 회수를 여왕에게 공식 요청했다. 이 작위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식민지 해방운동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1994년 존 메이저 영국 총리 시절 수여한 것이다.
한편, 90번째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 25일 런던의 만찬에서 무가베 대통령의 통치를 두고 “리더십의 비극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백인 지배에 대해 함께 맞서 싸운 동지인 만델라의 발언은 무가베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