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주요 대테러작전 CIA 내부 논란끝 취소”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이 경악했을 때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생사와 관계없이(dead or alive) 잡아오라”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시 대통령이 5달 앞으로 퇴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빈라덴은 여전히 영상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 분열이 알카에다가 파키스탄에서 역량을 되찾을 시간을 벌어줬다고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알카에다가 파키스탄의 임시 기지에서 최대 2천에 이르는 병사들의 전쟁 훈련을 3년 전부터 하고 있다고 은퇴한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의 말을 따 전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고위 관료들 역시 정부의 통제가 닫지 않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파쉬툰족 거주지에 알카에다가 둥지를 틀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시스 존스 고문은 “지금 알카에다는 미국에게 9·11 테러 당시와 비슷한 위협”이라면서 “단지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정도 거리로(약 400㎞) 기지만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파쉬툰족이 사는 이 황무지는 80년대 알카에다 탄생의 배경이 되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성공적으로 축출한 2002년 이후, 빈라덴을 추적해 파키스탄으로 옮겨온 미국의 대테러 작전은 계속 삐꺽거렸다. 2005년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이 지역 바자우르라는 곳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특수작전팀은, 아프간에서 출동 도중 멈춰야 했다. 중앙정보국 본부에서 작전이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중지시킨 것이다. 현장요원과 본부 사이의 논쟁이 오간 뒤, 당시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트의 허가 거부로 작전은 결국 취소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이의 불분명한 국경은 카불(아프간 수도) 대테러 본부와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 본부 사이 다툼의 불씨가 됐다.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와 전쟁을 수행하는 대테러전 조직의 더 큰 고충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었다. 두명의 전직 요원은 이라크전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모든 요원들을 흡수해버렸다며 “이라크전 때문에 우리는 모두 상처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현지의 정보요원들은 정찰기 지원을 요청할 때면 모두 이라크로 지원나가 쓸 수 없다는 답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을 미국의 이슬람 세계에 대한 침략으로 여겨 악화된 지역 여론도 미국이 수행하는 대테러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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