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카고의 상품거래소에서 30일 중개인들이 옥수수의 선물 가격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서부 지방이 홍수에 강타당했으나, 미국은 올해 7900만에이커(약 2914㎡)에 이르는 경작지에서 옥수수를, 7200만에이커에 이르는 경작지에서 콩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
블룸버그뉴스 전망… 금·구리·석유 수요↓ 곡물 생산량 ↑
“어느 지점에선가, 원자재 ‘붐’은 멈출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언제 멈출지 모른다. <블룸버그뉴스>는 그 시점이 올 하반기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통신은 지난 30일 “올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은 35년 만에 최대치였다”며 “이는 하반기 거품 붕괴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석유·금·구리·밀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돼 원자재 가격의 지표로 쓰이는 ‘로이터제프리CRB지수’(아래 그래픽 참조)는 올 상반기 동안 무려 29%나 올라 197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뉴스>의 원자재 거품 붕괴 근거는 경제학 원론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처럼, 높은 원자재 가격이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한때 온스(28.5g)당 1033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지난해 9월 금의 가장 큰 용도인 보석용 수요가 정체하면서 값이 떨어지고 있다. 금의 가장 큰 수요처인 인도에서 금 수요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다.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는 금값이 연말 850달러, 내년엔 7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자, 5월 석유 소비량은 0.5% 줄고, 6월 초 연휴 기간 동안 여행객 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계 최대 광물 수입국인 중국에서도 올 구리값이 28% 뛰자, 6월 구리 수입량이 19% 감소했다. 반면 최근 세계 최대 구리 매장량을 자랑하는 콩고의 카탕가 광산이 채굴을 재개하는 등 구리 생산량은 늘고 있다. 국제구리연구단체(ICSG)는 최근 2008~2009년 구리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26일 앞으로 1년 안에 밀 생산이 전년 대비 약 8.2% 늘 것으로 예상했다.
약한 달러에 대한 대체재로 원자재에 몰렸던 돈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바클레이 캐피탈은 2분기 들어 원자재에 관련된 유럽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은 1분기 대비 58%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지난 달 역외 원유 선물 거래에 대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자재 투기에 대한 정치적 제재도 원자재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 주간 <비즈니스위크>는 30일 ‘원자재 꼭지점 찍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투자가들에게 지금과 같이 초과잉 투자군(원자재)은 너무 뜨거워 점점 다루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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