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연도별 추이
수급불안·달러약세·투기증가 등 인상 요인만 가득
몇 주 사이 ‘유가 거품론’이 희미해졌다. 지난 1월2일 배럴당 99달러에서 시작한 유가가 100달러에서 다시 110달러, 120달러, 130달러, 140달러로 치솟았다. 그 단계마다 어김없이 제기됐던 거품론은 7월6일 현재 서부텍사스유의 8월 선물 가격이 배럴당 144.18달러를 기록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유가가 2년 내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분석 등 고유가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0달러 안팎의 고유가 시대에 ‘안정적’으로 접어든 걸까? <에이피>(AP) 통신은 4일 ‘세계는 150달러가 넘는 유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제목 아래 “가격 상승이 너무 빨라 거품처럼 느껴지지만, 거품은 상당 기간 계속갈 것”이라는 ‘스레드니들 자산관리’의 스테판 손버의 말을 전했다.
투기에서부터 달러 약세까지 고유가의 근거들은 다양하다. 그 중 지속성이 있으면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역시 수요와 공급 요인에 의한 가격 상승론이다. 통신은 “세계 일일 석유 소비량 약 8600만 배럴은 공급량과 거의 일치한다”며 “하지만 공급량이 인도와 중국과 같은 신흥경제국의 폭증하는 석유 수요와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각각 11.4%, 9%씩 성장한 중국과 인도 경제는 성장의 ‘연료’인 석유의 소비를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유가가 곱절로 뛰었지만 공급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는 지난 6월 전달 대비 1.6% 늘어난 3252만 배럴을 생산했을 뿐이다. 70년대 유가가 급등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산유국들이 공급을 크게 늘려, 가격이 떨어졌던 전철을 되밟지 않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일 오펙의 생산량이 2013년 즈음 되레 줄어들 것이라면서, 석유시장은 계속 ‘경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에서 불똥이 튄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석유 소비가 줄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상쇄하는 소식에 힘을 잃고 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흔들리면서 투자 대체재로서 석유가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4일 유가가 한때 145.85달러를 기록하자, “투자가들이 주식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으면서 유가가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어차피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자금이 원유 선물에 몰려 유가를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뉴욕증시는 지난해 10월 이후 20%가 폭락하면서, 자본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투자 안전장치(헤지) 노릇을 해 온 달러화의 약세는 유가에 불을 붙인 주범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좀처럼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2%의 저금리 달러화 대신 수익률이 높은 원유 관련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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