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의 현 주소는 큰 논쟁거리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테러전문가인 마크 세이지먼은 최근 저서 <머리 없는 지하드(이슬람 말로 ‘성전’)>에서 “현재 테러의 위협은 광범위한 자원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는 지도자의 잘 짜인 조직에서, 비공식적으로 모인 지역 단체들이 자신들의 선배를 흉내 내 테러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런 토착 테러 지망생들이 흩어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머리 없는 지하드”라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테러는 정보기관과 군대가 싸워야 할 전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경찰이 다뤄야 할 치안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조지타운 대학의 브루스 호프먼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3·4월호에서 “알카에다 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몇 해 전이라면 세이지먼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역에 알카에다가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 지금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시엔엔>(CNN)의 테러리즘 전문가 마이클 버간은 “만약 지금의 테러 위협이 ‘머리 없는 지하드’라면 나는 다른 일을 찾을 것이다. 왜냐면 위협은 끝난 셈이니까”라고 가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미국이 처한 상황이 테러리즘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테러는 내부 문제다. 2005년 영국 지하철 폭탄 테러를 벌인 이들은 대부분 전과가 없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젊은이였다. 사회 주류에 흡수되지 못한 이민 2세들이 ‘근사한 지하드’에 빠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납치된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미국에 테러는 ‘전쟁’으로 다가왔다. 세이지먼은 이민자에게 더욱 관대하고 사회적 이동이 큰 미국에서 무슬림 2세들이 지하드에 빠지는 일은 적다고 분석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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