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독 ‘해외계좌 활용 탈세’ 조사·처벌 강화
‘검은 돈’의 갈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세 회피지의 고객들이 몰려 있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부자 나라의 정부가 잇따라 해외은행 계좌를 이용한 조세회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조세 회피지로 손꼽히는 유럽의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의 금융기관들도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서, 조세회피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영국 국세청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리히텐슈타인에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세금을 회피한 자국의 부유층 300명을 탈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전했다. 앞서 미국 상원은 17일 미국 부유층들이 스위스계 유비에스 자산관리사(USB AG)와 리히텐슈타인의 엘지티(LGT)금융그룹 등 해외은행의 계좌를 이용해 한 해 1천억달러를 탈세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리히텐슈타인의 은행 계좌를 통해 조세를 회피한 혐의로 900명을 조사중이다.
외부의 압력이 거세자, 유비에스는 아예 “미국 밖에서 미국인들이 우리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비에스는 또 불법적인 조세회피를 돕고 있다는 불명예를 피하려, “미국의 규제 및 수사 당국과 조세회피 조사 과정에 협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하지만 은행의 이런 대응이 조세 회피지 금융기관들의 불문율로 여겨졌던 ‘고객정보 보호’ 원칙을 깨고 있어, 고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은행 고객들은 비밀의무를 안 지킨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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