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그루지야 전쟁 성격
“동-서간 투쟁.”
러시아-그루지야간 전쟁은 두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는 10일 “러시아와 그루지야 관리들은 이번 전쟁을 새로운 냉전식의 긴장과 동-서간 지역 내 영향력 확보 투쟁의 맥락에서 위치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배경엔 두 나라간 전쟁이 최근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시도 등 친서방 정책과 이를 강하게 반대해온 러시아와 갈등에서 기인한 탓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전 대통령)는 이날 “나토에 가입하려는 그루지야의 열망이 다른 나라와 국민들을 핏빛 모험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나토에 가입하려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열망이 서구 군사동맹의 팽창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크레믈(러시아)을 화나게 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배경에 러시아와 서구의 자원 확보 경쟁도 깔려 있다. 러시아 출신의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글에서 “표피적으로는 그루지야와 오세티야 민족주의 사이의 갈등이지만, 사실상 중-러 블록과 미국 중심의 서방 블록의 세력다툼의 대리전”이라며 “중-러 블록과 미 중심의 서방 블록이 벌이는 절망적인 ‘자원 획득 전쟁’이라는 국제적 현상 중 하나의 국지적 발현”이라고 분석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날 “석유 부국에 대한 욕망을 지닌 러시아가 유럽과 서구에 대한 경제적 지렛대로서 (석유를) 활용하려고 대담하게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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