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나 /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으로 난민 신세가 된 남오세티야 어린이가 러시아의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 수도 블라디카브카즈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알라기르 마을에 세워진 난민촌 텐트 안에서 울고 있다. 알라기르/AP 연합
푸틴 “그루지야, 2천명이상 살해”
그루지야 “민병대가 우리쪽 학살”
그루지야 “민병대가 우리쪽 학살”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인 2천명 이상을 살해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남오세티야 민병대가 그루지야인들을 ‘인종청소’ 했다.”(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을 촉발시킨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자치주 내 민간인 피해의 진상을 놓고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전혀 상반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3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루지야 군대가 민간인(남오세티야인) 2천명을 살해 하고, 3만명이 러시아로 피난을 오게 만드는 ‘인종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침공 직후부터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남오세티야를 먼저 공격해 수천 명의 오세티야인들이 숨지게 됐다면서 그를 전범으로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그루지야가 12일 먼저 인종청소 혐의로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남오세티야인 민병대가 남오세티야주에 사는 그루지야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고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
진실은 뭘까.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엿새동안 치러진 이번 전쟁으로 7만5천여 명의 남오세티야 인구 중 3만~4만 명을 포함해 모두 10만명의 전쟁 난민이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기구는 또 “여러 인종이 사는 남오세티야에서 오세티야인들은 그루지야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북쪽(러시아)으로 밀려났고, 오세티야 민병대는 그루지야인들을 남쪽(그루지야)으로 쫓아냈다”며 러시아와 그루지야 양쪽에 책임을 물었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보고서에서 “남오세티야 민병대가 그루지야인들의 마을을 불태우고 약탈했다”면서도 “그루지야군 때문에 남오세티야인들이 피난을 갔다”는 점을 함께 명시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마찬가지로 인종청소 등 자극적 표현은 쓰지 않았고, 전쟁 사망자에 대한 책임 주체를 분명히 적시하지 않았다. 당사자간 공방이 치열한데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만큼 쉽게 예단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언론이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루지야에서 정교한 인종학살이 일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아직 사망자 통계에 대한 독립적인 증거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루지야군들이 남오세티야 분리독립 세력에 맞서 공습과 폭격을 가하면서 수백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도 남오세티야 주도 츠한발리를 점령하고 자치주 경계를 넘어 고리시 등에 대한 폭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많은 그루지야와 오세티야 민간인들을 숨지게 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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