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스왑딜러, 3분의1 차지”…투기-유가관계 분석
지난 6월6일 국제유가가 하룻만에 11달러나 올랐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138.54달러를 기록했다. 묘하게도 이날은 스위스 민간 에너지기업 ‘비톨’이 뉴욕에서 모두 5770만 배럴의 원유 선물계약을 체결한 날이다. 비톨의 거래량은 미국의 일일 석유 소비량의 세 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다른 원유 거래자들은 유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 이 거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몇몇 투기꾼들이 석유 거래시장을 지배한다’는 제목 아래 “단지 4개의 ‘스왑딜러’가 뉴욕상품거래소의 전체 원유거래 계약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원유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몇몇 투기꾼들의 손에 집중돼 있다”며 “이는 (석유)시장에서 권력이 집중된 증거”라고 분석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산하기관을 포함해 미국 정부에서 투기가 유가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파헤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비톨사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 뉴욕상품거래소의 모든 원유 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은 11%에 이른다. 신문은 “비톨사가 실제 원유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로서 원유거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제 수요와 상관 없이 헤지(투자 안전판) 수단으로서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이 운영하는 원자재지수펀드 설정 금액은 2003년 130억달러(13조원)이던 것이 올 들어 2600억달러(260조원)로 급증했다. 그 사이 유가도 네 배 이상 뛰었다.
미국 상원이 2006년 6월 “투기가 석유 가격을 인상시켰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냈으나,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2일 “지금까지 투기꾼들이 유가를 조직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투기와 유가 상승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돼 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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