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센코 대통령 “의회해산·조기총선 실시”
카프카스(코카서스) 지역에서 터진 그루지야 사태의 불똥이 크림반도로 튀고 있다.
옛소련(러시아)에서 독립한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으로 촉발된 친서방과 친러시아 정치세력간 갈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러시아와 서방간 ‘신냉전의 전선’이 새롭게 그어질 수도 있다.
반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친서방 집권연정이 해체됐다는 소식과 함께, “(정부가 한달 내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집권 연정의 한축이었던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도 이날 “유셴코의 요청으로 연정은 깨졌다”고 확인했다고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유셴코 대통령은 2004년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티모셴코 총리와 함께 지난해 9월 ‘오렌지연대’를 구성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국유자산 매각과 인플레이션 대처 등을 둘러싼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으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연정은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무너졌다. 지난 1월 야당의 의회 점거농성 등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지속적으로 친서방 정책을 펴온 유셴코 대통령은,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에서 친서방 국가인 그루지야를 열렬히 지지했다.
하지만 티모셴코는 2일 대통령이 주도한 ‘러시아의 그루지야 내 두 자치지역 독립 승인’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거부했다. 그는 되레 친러 성향의 야당이 제출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박탈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권 개정 법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티모셴코는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양국간 에너지·무역 협력을 협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류이근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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