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천연가스 2400억배럴 매장 확인돼 ‘군침’
러시아 국기 묻자 개발권 우려 주변국 발끈
새 뱃길 개척 가능성도…환경오염 가속 우려
러시아 국기 묻자 개발권 우려 주변국 발끈
새 뱃길 개척 가능성도…환경오염 가속 우려
영국 <비비시>(BBC)는 8월 초 러시아의 탐사대가 잠수함을 타고 북극 얼음땅 밑의 해저 북극점에 자국 국기를 묻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를 북쪽 해안에서 북극점까지 지역이 대륙붕으로 연결된 자국 영토라는 기존의 주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현대판 북극점 정복 주장에 북극을 둘러싼 주변국들은 발끈했다. 피터 매케이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금이 15세기인 줄 아느냐”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국기를 꽂고는 ‘내 영토’라고 주장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미국 북극 전문가와 의원들 사이에선 신식 쇄빙선 함대를 보유한 러시아에 북극 개발 주도권을 선점당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최근 전했다.
러시아·캐나다·미국·덴마크·노르웨이 등 북극 주변 국가들이 북극 영해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원이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 연구팀은 지난 7월 북극 주변지역에 원유 900억 배럴 가량이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석유매장량의 15%에 이르는 양이다. 보고서는 또 주요 에너지 대기업들이 지난 수십년 사이 북극권에서 판 400여 유전·가스전에서 이미 2400억 배럴의 원유에 상당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확인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뱃길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럽에서 동북 아시아와 북미 태평양 연안으로 오는 가장 가까운 항로는 북극을 통과하는 것이지만 지금까진 북극의 얼음으로 막혀 있었다. 미국 국립 눈·얼음자료센터(NSIDC)는 지난 4일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 얼음이 녹는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져 8월 동안에만 247만㎢가 녹아 면적이 4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다시 얼음이 얼어붙는 시기가 오기 전인 9월 중에 사상 최저치인 425만㎢ 아래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의 마크 세레즈 선임연구원은 “이대로 얼음층이 약해지면 알래스카에서 북극점까지 배로 항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국제법 전문가들은 급변하고 있는 북극의 환경에서 현존하는 국제법으로는 닥칠 문제들에 대처할 수 없다며, 지난 7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들은 1982년 채택된 현재의 유엔 해양법 협약으로는 북극권에서 해상통행량 증가와 석유탐사 확대, 극지방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관광객 증가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의 최종 결과는 6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알래스카 지역 해안경비대 진 브룩스 사령관은 “이 지역엔 정해지지 않은 국경선과 엄청난 부를 둘러싼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며 빠른 개발을 우려했다고 <비비시> 방송이 10일 전했다. 이미 한국, 중국 등 북극 주변국 외의 나라들도 공동탐사 등의 형식으로 이 지역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몰려드는 쇄빙선으로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우리가 명심해야 할 단 하나는 협력이다. 경쟁과 다툼은 상처받기 쉬운 이곳의 생태환경을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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