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손님들이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나이프를 쓴다고 손님들을 철창에 가둔 채 서비스를 해야 하나?”
위키피디아의 창시자 지미 웨일스(사진·43) 위키미디어 이사가 한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 움직임을 이런 비유로 비판했다. 그는 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경제5단체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기업가정신 국제콘퍼런스’ 강연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심각하게 고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웨일스 이사는 정부·여당의 ‘사이버 모욕죄’ 도입 움직임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실추할 경우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온라인에서 실명을 강요하는 것은 실제로 규제의 효과도 없고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여러 이유로 실명으로 의견을 밝히길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단지 문제를 일으키는 몇사람을 찾기 위해 전체적으로 익명성을 없애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실명제를 서비스업체에 강제하면, 전체 인터넷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구글은 한국에서 철수해 다른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정부는 중국식 방화벽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한 규제하기 어렵고, 한국 인터넷업체들은 미국, 일본 등에 근거지를 둔 웹사이트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웨일스 이사는 “더 많은 규제, 특히 정부에서 하향식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온라인, 오프라인 똑같이 책임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며, 건전한 온라인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미 웨일스는 2001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org)를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비영리재단 위키미디어 이사로 있으며,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사진 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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