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G20 정상회의…시장감독 강화 등 시각차 뚜렷
부시 “국가 시장개입, 만병통치약 아니다”
사르코지 “달러 더이상 기축통화 아니다”
부시 “국가 시장개입, 만병통치약 아니다”
사르코지 “달러 더이상 기축통화 아니다”
“몇 달 동안 벌어진 위기 때문에 지난 60년의 성공을 훼손한다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국가의 (시장) 개입을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하는 데 반대한다”며, 이렇게 선언했다. 그가 뉴욕에 있는 보수 두뇌집단 ‘맨해튼 인스티튜트’에서 한 이 연설은 15~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부의 거센 도전에 맞서겠다는 미국의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대서양 건너편 파리에선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브레턴우즈 체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금융질서의 토대를 놓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미국 달러는 이제 유일한 세계(기축)통화가 아니다. 1945년의 진실이 오늘날의 진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 등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가 종말을 맞았으니, 새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는 도전장인 셈이다.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공조 방안과 세계 금융질서 새판짜기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주도해 온 브레턴우즈 체제의 기존질서를 최대한 지키려는 방어전략을 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반면 ‘신브레턴우즈 체제’의 새 질서를 창출하려는 유럽과 신흥시장국들의 도전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부시 대통령은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신흥국들 다수가 요구하는 헤지펀드 규제, 금융기관과 신용평가회사 감독 강화, 최고경영자 연봉 제한 등 정부의 규제 확대에 반대 뜻을 분명히한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등 5개 원칙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3일 “금융시스템의 맹점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금융규제 강화를 지지한다.
신흥국의 핵으로 부상한 중국은 또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결 구도에서 줄타기를 하며 실리를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 미국이 흔들리면 중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은 국제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모자라 주도권을 노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시간 제약이 있다. 유럽연합은 100일 안에 결과물을 도출하자며, 2차 정상회의를 내년 3월쯤 다시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정권 교체기의 미국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천천히 가자는 쪽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규제 강화에 일부 양보할 수는 있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개편 등 좀더 복잡한 이슈에 대해서는 후속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이근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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