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보호무역 철폐’ 한목소리 불구
미 ‘자동차 지원’·중 ‘부가세환급’ 등
뒤에선 오히려 자국 산업보호 앞장
미 ‘자동차 지원’·중 ‘부가세환급’ 등
뒤에선 오히려 자국 산업보호 앞장
“고든 브라운이 ‘거대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는 대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4일 뉴욕 외교관계위원회에서 한 연설을 다룬 <더 타임스>의 다음날 기사의 제목이다. 브라운 총리는 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는 몰락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너널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3사에 대한 구제금융을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와 미 의회를 겨냥한 것이다.
다음날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들은 “보호주의 거부”를 합의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수출을 장려할 목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는 조처를 취하거나, 새로운 수출 제약을 부과하는 식으로 투자와 상품·서비스 교역에 새로운 장벽을 세우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제 사회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자유무역의 전도사로서 개방을 주도한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파딜라 미 상무부 차관은 “차기 대통령(오바마)은 1930년대 이후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크나큰 정치적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6일 전했다. 미국 경제의 5%, 고용의 약 2%(25만명)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죽게 놔둘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칫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세계 경제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조처는 관세나 쿼터제(수입 할당)와 같은 강력한 정책은 아니지만, 시장의 자율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보호무역주의의 한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정상들이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이행하기) 어려운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은행가들의 말을 빌어 “금융 부문 구제금융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경쟁을 왜곡시켰다”며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면, 다른 많은 나라들이 따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유럽연합은 미국을 본따 유럽 내 자동차 산업에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독려하려고 기업들에게 부가세 환급을 늘려주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 자본으로 ‘국부펀드’를 구성해 외부 자본으로부터 유럽연합의 기업들을 지켜내자는 것도 20개국 정상들이 합의한 개방경제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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