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아이슬란드 ‘IMF 절망’에 정권퇴진 외쳐

등록 2008-11-21 18:25수정 2008-11-21 22:53

구제금융 9개국 지금
구제금융 9개국 지금
10월이후 주가총액 80% 증발 ‘혼돈…분노’
파키스탄 등도 시위…구제금융국 더 늘듯
32만명이 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의사당 앞으로 지난 15일 6천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장갑을 낀 손들엔 총리의 퇴진을 외치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시민들은 의사당에 달걀과 토마토, 요구르트병을 던졌다. 한 시위 참가자는 <블룸버그 뉴스>에 “‘혼란’을 불러온 이들이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다”며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감독당국의 교체를 원한다”고 말했다. 조기 총선도 요구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달 22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1억달러(약 3조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첫 희생양이 된 것이다. 아이슬란드엔 혼란과 분노, 좌절이 가득하다. 이 나라 중앙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8.3%로 전망했다. 10월 이후에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80%가 증발했다.

20일 동유럽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가 아이엠에프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들어 모두 9개국이 아이엠에프 구제프로그램을 신청하거나 예약했다. 터키도 이날 필요할 경우 200억~400억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아이엠에프와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번 구제금융 신청은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동서양, 큰 나라 작은 나라의 경계 없이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0년대 남미, 90년대 아시아의 신흥국이나 저개발국가에 구제금융이 몰렸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4만6600달러)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선진국이다. 터키는 세계 17위의 경제 대국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아이엠에프 총재는 18일 “과거 위기는 지역적이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위기가 전지구적”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 신청국 다수의 공통된 특징은 높은 대외 의존형 경제다. 아이슬란드의 지난해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했다. 라트비아는 국내총생산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120%에 이른다. 커다란 재정적자나 무역적자를 기록해온 이들 나라는 과도한 외채 차입을 해왔다.

하지만 전지구적 금융위기로 해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결제해줄 달러(외화)가 순식간에 바닥났다.

어느 나라도 굴욕적인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을 원치 않는다. 긴축재정, 고금리 정책, 구조조정 등 아이엠에프식 처방은 고통스러울뿐더러 사실상 ‘주권’을 제약하는 탓이다. 파키스탄의 영어 일간지 <더 뉴스>는 12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아이엠에프와 협상을 체결한 정부의 금융 정책을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아이엠에프가 정부의 생필품 보조와 교육에 대한 공공 지출, 빈곤층 지원 비용의 삭감과 공기업 민영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에선 한 달 넘게 정권 퇴진과 총선 요구 등의 시위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구제금융에 대한 공포는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에서 가장 심하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1일 “인도네시아에서 루피아화가 1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하고 한달 새 외환보유고에서 60억달러가 빠져나갔다”며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는 인기 없는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을 결코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1998년 아이엠에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정권이 퇴진하는 등 정치적 소용돌이를 경험했다.

하지만 더 많은 나라가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최근 국제통화기금에 단기 달러 대출을 요구한 나라가 모두 24개국에 이른다고 전했다. 돈 쓸 곳이 점점 늘어나는 아이엠에프는 일본으로부터 1천억달러를 제공받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