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뉴스 뒤 사람들 ⑥ ‘밥이 정치’ 식량위기에 내쫓긴 총리

등록 2008-12-30 22:02수정 2008-12-30 22:39

자크 에두아르 알렉시스 총리
자크 에두아르 알렉시스 총리
뉴스 뒤 사람들 ⑥ 아이티 전총리 자크 알렉시스
‘불명예 퇴진’ 불구 차기 대통령 노려
아이티 식량위기의 원흉에서 대통령으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 의회 상원은 지난 4월12일 자크에두아르 알렉시 총리의 사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06년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지명으로 총리직에 앉은 그가 2년 만에 중도하차한 것이다.

사실 그를 내쫓은 건 의회가 아니라 아이티 민중들이었다. 연초 세계 식량위기로 곡물가격이 폭등하자, 참다 못한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섰다. 식량가격은 1년 사이 40%나 올랐다. 850만명의 아이티 인구 중 대다수가 하루 2달러 미만의 극빈층인 탓에 식량가격 급등은 시민들을 좌절과 분노로 이끌었다.

하지만 알렉시 총리 등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뿐 긴급처방을 내놓지 않았다. 아이티 국립대학에서 ‘식량 과학’을 가르치며 식량전문가를 자처한 그는 장기적인 비전에만 치중했다. 뒤늦게 자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정부 보조를 실시해 가격을 낮췄지만, 외국에서 수입된 식량에 대한 가격 보조 정책을 취하진 않았다. 아이티는 해외 식량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나라여서 거센 반발을 샀다.

“식량을 달라”며 시위에 참가했던 5명이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숨지면서, 시민들은 총리 퇴진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아이티의 교육연구센터장을 맡으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이달 초 미국 평화연구소의 ‘아이티 워킹 그룹’에서 주최한 아이티 빈곤 종식 토론회에 나섰다. 연구소는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고 소개하면서, “알렉시가 복잡한 이유로 물러났지만, 아이티의 개발 이슈에 여전히 깊이 개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설에서 “아이티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통치력(거버넌스)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티 현직 대통령 프레발이 운영하는 블로그엔 “알렉시가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고 쓰인 문패가 크게 걸려 있다. 현 대통령이 그를 어디까지 지지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누리집 한쪽에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한 누리꾼은 “아이티인들을 굶주림에 내몬 그가 대통령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아이티의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아이티 대선은 2011년에 치러진다. <끝>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