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67)
아이슬란드 ‘동성애자 총리’ 취임에 세계인권단체 환호
동성애자로서는 세계 첫 국가수반인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67) 아이슬란드 총리가 1일 공식 취임함으로써, 동성애자들의 사회, 정치적 진출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의 취임에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성애자 단체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여성의 승리다. 이를 모든 이들을 위한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 스페인의 ‘남성 동성애자·여성 동성애자·성전환자·양성애자’ 연합의 실비아 젠 총장은 시구르다르도티르를 축하하기 위해 할 수만 있다면 레이캬비크행 다음 비행기를 타겠다며 기뻐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 여성 동성애자·남성 동성애자 협회(ILGA)의 쥬리스 라브리코브스는 <비비시>(BBC)에 “하룻밤 사이 어떤 변화가 오진 않겠지만 무시될 수 없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아이슬란드는 다른 성적 지향을 지닌 이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영국의 게이·레즈비언 권리 옹호 단체 ‘스톤월’의 대변인 게리 넌은 <시엔엔>(CNN)에 “자신을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총리를 갖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자, 하나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선 불과 40년 전인 1967년까지만해도 남성 동성애가 불법이었다.
영국 보수당에서 1979~1986년 의원을 지냈고 지금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매튜 패리스는 “당시 늘 ‘사람들이 알면 세상이 무너질 것’이란 상상을 했었다”며 “동성애자 정치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쯤 지나면 영국 정치판에서도 동성애자가 최고 지위에 오르는 데 어떤 장벽도 볼 수 없을 것으로 밝게 전망했다.
프랑스에선 지난주 처음으로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로게 카루트쉬가 장관으로 임명됐다. 실비아 젠은 스페인에서 요즘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정치에서 어떤 장점도 단점도 아니라고 말한다. 동성애 거부감이 컸던 옛 소비에트연방의 라트비아에서조차 일부 정당들이 동성애자 단체에 다가가, 후보 출마를 얘기할 정도로 세상은 ‘많이’ 변했다.
<비비시>는 “시구르다르도티르의 등장은 이미 다른 많은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편견과 마주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구르다르도티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73%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는 2002년 기자 겸 극작가인 요니나 레오스도티르와 시민동반자로 결합해,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