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국유화 은행
천문학적 구제금융에도 시장불신 여전
독일·영국 등 주요 은행 국유화 ‘1순위’
“재정적자 더 커질수 있어” 반발도 거세
독일·영국 등 주요 은행 국유화 ‘1순위’
“재정적자 더 커질수 있어” 반발도 거세
“만약 터무니없는 은행 국유화에 대한 얘기를 그만둔다면, 제이피모건은 괜찮을 겁니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 머물던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 회장은 지난달 29일 국유화 목록에 미국 2대 은행의 이름이 오르내린 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이먼의 말을 전한 <가디언>은 1일 “(은행들이) 국유화될지 모른다는 주주들의 공포가 시장의 불신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를 맞은 세계가 수조달러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쏟아부었지만 좀처럼 시장의 불신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수혈뿐 아니라 예금자 보호, 부실자산 정부 보증 등 온갖 정책 처방에도 금융권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되레 2차 금융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지자, 각국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국유화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독일은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유화 은행의 재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920억유로(약 164조원·1210억달러)의 융자와 정부 보증을 받은 2대 모기지은행 히포리얼에스테이트는 독자 생존 가능성을 완전히 잃었다.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새롭게 자본을 수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주가가 90% 넘게 빠진 이 회사가 완전히 국유화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모기지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히포리얼에스테이트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했다.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에서도 국유화 은행의 추가 탄생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말 정부의 2차 구제금융 발표에도 은행주들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정부 지분이 이미 70%에 이르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국유화 0순위로 거론된다. 지난 1년 사이 이 은행의 주가는 96% 폭락했다.
세계를 제패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첨병 노릇을 해온 씨티은행의 국유화 가능성마저 심심찮게 나온다. 사회주의를 떠올리는 탓에 오랫동안 금기시된 국유화가 금융위기 해결이란 지상과제 앞에서 생명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유화는 시장의 과민반응과 달리 금융위기에 맞선 정부들의 흔한 대처법 가운데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은행의 구조적 위기>란 보고서에서 1991~2007년 사이 선진국들에서 발생한 일곱 차례의 금융위기에서 국유화 조처가 여섯 차례 시행됐다고 밝혔다. 국유화를 통해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스웨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주택시장에서도 그 축인 모기지은행을 제일 먼저 국유화했다. 문을 닫도록 놔두기엔 시장에 너무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패한 경영진의 교체와 혈세에 대한 책임감을 높인다는 점도 국유화 선택의 이유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은행의 손실이 점점 커지면서 국유화하는 은행들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두려움과 반발 또한 만만찮다. 시장은 구제금융을 바라면서도, 고비용과 저효율성 등을 이유로 국가가 경영권을 접수하는 데엔 거부감이 크다.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 “금융기관의 국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영국에선 거대 은행들의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국유화로 재정적자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국유화가 결코 해답은 아니다”라며, 은행의 추가 국유화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썼다. 1990년대 초 스웨덴의 금융위기 극복을 지휘한 보 룬드그렌 전 재무장관은 <뉴욕 타임스>에 “만약 당신이 자본금을 더 붓는다면, 의결권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은행에 자본금을 투입했다면, 그만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은행의 손실이 점점 커지면서 국유화하는 은행들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두려움과 반발 또한 만만찮다. 시장은 구제금융을 바라면서도, 고비용과 저효율성 등을 이유로 국가가 경영권을 접수하는 데엔 거부감이 크다.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 “금융기관의 국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영국에선 거대 은행들의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국유화로 재정적자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국유화가 결코 해답은 아니다”라며, 은행의 추가 국유화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썼다. 1990년대 초 스웨덴의 금융위기 극복을 지휘한 보 룬드그렌 전 재무장관은 <뉴욕 타임스>에 “만약 당신이 자본금을 더 붓는다면, 의결권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은행에 자본금을 투입했다면, 그만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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