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뉴얼 사에즈 버클리대 교수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미국 상위 1%의 가계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의 4분의 1을 차지했고, 이는 1920년대 이후 가장 높다.”
최근의 ‘부의 불평등’이 지난 100년 이래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실증한 이매뉴얼 사에즈(36·사진) 버클리대 교수가 노벨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사에즈는 또다른 연구에서 지난 1917년 이후 전세계의 자료를 수집해 최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50%에 육박하면서 대공황이 일어났고, 2006년 이 비율이 다시 50%에 가까워지면서 세계적 경제위기가 시작됐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득분배가 악화되면 소득이 커진 고소득층의 소비는 크게 늘지 않지만, 소비성향(소득 대비 지출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가 줄면서 경제 전반의 수요가 줄어들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사에즈와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사에즈의 연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축하글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에선 사에즈가 최상위층의 수입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통계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은 전미경제학회가 1947년부터 독보적 업적을 남긴 40살 미만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지금까지 30명의 클라크 메달 수상자 중 12명이 이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로런스 서머스 등이 그들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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