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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뉴욕타임스 경제부 기자도 못피한 ‘모기지의 덫’

등록 2009-05-21 01:08

빚에 허덕대다 서브프라임 사태
자신의 이야기 신문에 털어놔
에드먼드 앤드루(48)에게 두 번째 사랑과 내 집 마련이란 꿈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는 20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 퍼트리샤 바레이로와 2004년 8월 결혼했다. 둘 다 재혼이었던 앤드루와 바레이로는 각각 2명, 1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둘은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있는, 공원과 아이들 학교가 가까운 저택을 46만달러(약 5억7000만원)에 샀다.

앤드루는 ‘아메리칸 홈모기지’ 등을 통해 집 값의 90%를 대출받았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뉴욕 타임스>의 경제부 기자로 6년 동안이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출입한 그는 난립하는 온갖 모기지의 폐해를 경고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썼다.

하지만 정작 그도 집을 살 때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조금 조건이 좋은, 속칭 ‘알트-에이’ 모기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처 앞으로 다달이 4000달러가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등 신용이 그리 좋지 않았던 탓이다.

12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그는 달마다 2777달러의 모기지 빚을 갚아야 했다. 집을 산 지 불과 다섯달 만인 2005년 1월, 그는 현금인출기에 잔고 196달러가 찍힌 걸 보고 기겁했다. 7달러를 아끼려 때론 점심을 걸렀다. 이래저래 버는 것보다 지출이 컸다. 하는 수 없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많게는 연 27%의 수수료를 물었다. 모기지도 여러 번 갈아탔다. 카드빚이 6000달러를 넘어섰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 새집 값은 2006년 50만5000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로 담보대출을 해준 모기지 은행 두 곳이 파산했다. 당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도 파산했고, 에이아이지(AIG)는 역사상 가장 큰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는 “나를 전염시킨 모기지 열풍에 의해 이들 모두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집 값은 끝없이 추락했다. 그에게 대출해준 은행 중 제이피모건체이스가 살아남았다. 그는 90일 이상 연체자에게 모기지 금리를 재조정해주는 새 행정부 정책의 수혜를 기다리고 있다.

앤드루는 자신의 얘기를 <뉴욕 타임스> 17일치에 털어놨다. 다음달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멸: 모기지 대붕괴 속 삶>이란 책을 펴낸다. 그는 “너무 오른 부동산 값과 무모했던 모기지의 비극적 향연에, 제정신을 잃은 수백만의 미국인들처럼 나도 거기 있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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