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발표…목성·토성이 혜성소나기 방패 역할
공룡이 왜 갑자기 멸종했을까? 많은 이들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혜성 충돌설은 화산대폭발 등과 함께 약 6500만년 전 생명체 대멸종의 원인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이런 믿음을 뒤흔드는 연구가 또 하나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천문학자들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혜성들의 궤도를 추적해, 혜성 충돌이 지구 생명체 대멸종의 원인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일 전했다. 연구팀은 45억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질 당시 남은 부스러기들로 이루어진 오르트구름에서 생성되는 장주기 혜성들의 움직임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추론해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5억년 동안 장주기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한 건 불과 두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보도했다. 지구를 오르트구름으로부터 쏟아지는 혜성 소나기에서 구해준 건,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목성과 토성이 방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을 이끈 네이산 카입은 “가장 강력한 혜성 소나기들이 소규모 멸종(약 4천만년 전 에오세 말기 발생)의 원인이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혜성 소나기들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며 “혜성 소나기들이 대멸종의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인디애나주 호바트 앤 윌리엄 스미스대 연구팀은 3억년 동안의 지질학 자료를 분석해 소행성 충돌만으로는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 가능성은 없다고 지난 2월에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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